고위 공직 배제 5대 원칙이란 것은 20년 전에도 한국 국민에게 아주 민감한 문제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런 슬로건으로 표 받아서 정권교체한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월 28일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기구다. 김진표 위원장은 “고위 공직자 인사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없애고, 새 정부 인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운영할 인재를 적소에 기용하기 위해 합당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견을 전제로 “30~40대 시절 도덕성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기준들이 이제 제도가 정비돼 50~60대 됐을 때 따져보면 다 문제가 될 수 있다. 획일적인 잣대로 가는 게 맞는가”고 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뉴스 발표 내용을 보니 어이가 없다. 30~40대가 50~60대가 되는 기간은 20년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내건 고위 공직 배제 5대 원칙이 20년 전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은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병역면탈,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등 고위 공직 배제 5대 원칙이란 것은 20년 전에도 한국 국민에게 아주 민감한 문제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런 슬로건으로 표 받아서 정권교체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 임명직이란 불과 몇십 개 자리이다. 그리고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면 임명이 안되는 강제성이 있는 고위직 자리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이렇게뿐이고, 나머지 장관직이나 검찰총장,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등과 같은 권력직은 국회 동의를 못받아도 강제성은 없고 대통령이 그냥 임명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임명하고 싶었던 국무총리 한 명이 난항을 겪는다고 인사청문회 눈높이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대한민국 인구 5천만이다. 시간 걸려도 국민이 원하는 눈높이 사람 찾아서 지명하면 된다.

인사청문회 가서 탈탈 털려서 통과할 자신 없으면 서울대 조국처럼 인사청문회 대상 아닌 민정수석 하면 된다. 민정수석의 어머니가 세금 안 내고 뭉기적거리다가 아들이 민정수석 되었다고 뒤늦게 세금내었는데 조국보고 민정수석 자리 내려오라고 국민이 거세게 항의하나? 아니다. 그래서 청문회 통과할 자신없는 사람은 막강 권력의 청와대 수석자리 같은 데로 가면 그만이다. 널린 게 인사청문회 안 거치는 임명 고위직 자리다. 젊을 때부터 유난히 바르게 살아서 청문회 통과 자신있는 사람들만 인사청문회 거쳐 장관 하면 된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능력있는 사람 많다. 만일 찾아도 찾아도 그런 사람 전혀 없으면 그때 가서는 인사청문회 눈높이를 낮추지 말고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없애라.

현재 인사 청문회 대상 고위 임명직 공직자 후보들의 제일 큰 문제점은 자신이 청문회 통과 가능한지 자체를 모르는 판단력 결핍자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장관직 제안하면 무턱대고 수락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냉정히 쳐다보고 그 직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청문회 자신없다고 장관직 고사하는 사람들 수없이 많다. 그 사람들이 현재 장관 후보자들보다도 도덕적 흠결이 많아서인가? 아니다.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 문제이지 인사청문회 기준이 문제가 아니다.

청문회란 제도가 자리잡고 국민들의 일상이 된 시기를 따져보자. 1988년에 5공 청문회를 열게 되어 청문회가 국민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로는 벌써 30년이 되었다. 임명 고위직 인사청문회는 2000년에 생겼으니 약 20년 되었다.

청문회 불려나가 전직 대통령이 명패 던져지는 수모 당한 지 벌써 30년이다. 인사청문회가 생기기 7년 전인 1993년에 김영상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박양실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10일 만에 장관직 사직했고, 그 뒤 1998년에는 김대중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주양자는 위장전입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두 달 만에 장관직 사직했다. 그런 부적격자 조기 낙마 파동 거치며 그 이후 2000년에 인사청문회가 생겼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인사청문회가 생긴 17년 전부터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도 고위 임명직 공직자 자격 기준이 강화되어 있었던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제 인사청문회가 자리 잡은 지 이미 약 20년이다. 인사청문회 없던 24년 전에도 박양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악화된 국민여론 때문에 물러났다.

정치인들이 우리 국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인사청문회, 총선, 대선 때 정치인 씹는 맛으로 정치 참여 즐기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현 정권은 국민 정치참여 부추켜 촛불로 정권 잡지 않았나? 광장정치는 자신들이 부추겼으면서 임명직 고위공직자 몇십 명 인사청문회가 버겁다고 새 정권 시작부터 인사청문회 눈높이 낮추자고? 법이 있는데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국민정서의 문제이다. 정치인들이 부추겨서 이미 국민 눈높이는 높여놓고, 일반 국민들보다 도덕적으로 함량 미달인 정치인 자신들에 맞춰 눈높이를 낮추자고? 인사청문회 기준 아무리 바꾸거나 낮추어도 인사청문회로 피보는 고위직 후보자는 계속 생길 것이다. 이미 국회의원이나 언론들이 뒷조사하는 권력 즐기며 국민 부추기는 정치판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파가 정권 잡았을 때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 같은 멀쩡한 사람도 언론이 악마의 편집으로 그렇게 물고 늘어져 낙마시키더니 자기들이 정권 잡은 지 며칠 되었다고 인사청문회 기준 낮추자고? 그냥 인사청문회 없애자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