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共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폐지하여 제대로 방첩 업무를 하지 못하는 국정원이라면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

국정원의 존재해야 하는 이유 중 그 으뜸은 방첩업무의 수행이다. 1961년 5·16 군사혁명과 더불어 ‘중앙정보부‘란 이름으로 탄생한 이래 ‘국가안전기획부‘로. 그리고 현재의 이름, ‘국가정보원’으로 바뀌는 56년 동안, 때로는 굴곡의 세월과 만고풍상을 겪었지만 대한민국에 침투한 북한의 수많은 간첩들을 잡아내거나 사살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남한 내 반국가 용공좌익 사범들을 색출하여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등, 국군과 더불어 이 나라 국가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및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하여, 국정원장 후보로 추천된 서훈은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국정원장이 되면, 문 대통령의 위 공약을 이행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하여, 대공 수사권 폐지와 국내 정보 수집 업무 폐지를 약속한 공약이 반드시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하였다.

대공 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폐지하겠다는 얘기는, 암약중인 남파 공작원들과 우리 사회와 정부 기관 내에서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김정은 집단에게 충성을 맹세한 노동당원을 색출하고 체포하는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자기 고백인 것이다. 원장이란 사람이 국정원의 기본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다짐하고 있으니 국기를 흔드는 직무유기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서 국정원의 활동이 전에 만큼 두드러지지 못하다느니 하여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데 좌익 정권에서 출범하는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가 방첩 업무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관에 맞춰 대공 수사권 폐지 및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포기하여 손을 놓겠다니,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일 뿐이며 대남 적화를 노리는 김정은 집단에게 회심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아부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대공 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폐지하고자 하는 이유가, 그간 국정원에게 부여된 기본 임무와 무관한 국내 정치에 간여하거나,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사찰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거나 월권을 하여 물의를 빚은 일부 사례에 대한 자기 반성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면, 국정원의 자기 반성과 엄격한 내부 규제로 정상에서 이탈하는 직원들을 엄중 문책하는 등 제도상의 허점을 보완해야지, 빈대를 없애려고 집 자체를 태워서는 아니 될 것이다.

국정원의 기본 업무인 대공 수사권 폐지와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포기한다면 국정원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우리 외교 공관에 외교관으로 위장하여 나가서 골프나 치면서 얻어듣는 해외 정보만으로 간첩을 잡겠다는 것인가?

국민들도 그 규모를 알지 못하는 막대한 예산을 기밀비란 명목으로 책정하여 국민 혈세를 사용하는 국정원이 세금만 축내면서 고작 파리나 잡겠다는 것인가?

국민은 이런 국정원을 원하지 않는다. 대공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폐지하여 제대로 방첩 업무를 하지 못하는 국정원이라면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 아무리 북한을 선호하는 좌익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다고 해도 맞출 것이 따로 있지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서훈은 국정원장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