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에는 애초에 관심 없고 개혁을 빙자한 반대 세력 소탕과 이에 필요한 지원세력 양성을 위해 올인할 기미다.좌익에게는 복수심이 있었다면 우익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철수시키려면 조용히 철수시키든지. 사드(THAAD) 말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대통령이 저렇게 떠들어 대면 어쩌나? 국방 무기란 배치도 조용히 진행해야 할 것이고, 철수하더라도 조용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동네방네 떠드는 것은 아무래도 사드를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세월호 7시간'을 박 대통령이 쫓겨나고 구속될 때까지 울궈 먹었듯이, '사드 절차'를 들어 사드 철수(혹은 미군 철수) 때까지 울궈 먹을 작정인가? 혹은 국군의 힘을 빼고 적을 포함한 만방에 군사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인가?

한편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노리는 듯하고, 또 한편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를 노리는 듯하고, 윤석열을 중앙지검장으로 앉힌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이 아니라 복수극의 칼잡이 역할을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전교조 소속의 해직교사 출신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기용한 것도 진정한 의미의 '블랙리스트 작업'을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신임 국정원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앞으로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는 단절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에 있었던 사건들은 재조사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단절이 아니다. 이 또한 복수극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개혁은 없고 복수의 칼 가는 소리만 어지럽다. 개혁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은 국가 미래를 위해 바로 잡아야 하지만 오랜 관습과 이해관계가 얽혀 바로잡기가 어려운 비정상적인 상황을 과감히 타파하는 것이다. 때로는 정권을 걸어야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걸어야 할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개혁에는 애초에 관심 없고 개혁을 빙자한 반대 세력 소탕과 이에 필요한 지원세력 양성을 위해 올인할 기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나 '전교조 합법화' 추진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층의 환심을 사는 데 모든 역량을 걸 태세다.

국민 세금을 들여 공무원을 놀랄 만큼 대규모 증원하겠다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세금 거둬 젊은이들 표를 사겠다는 것이다. 심히 우려스러운 것은 1회성 지출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금을 쏟아 넣어야 할 파이프 라인을 설치하는 것이다. '작은 정부'가 개혁이라고 외치던 때는 무슨 생각이었나? 또한 지자체가 분담하던 어린이 보육비를 전액 중앙정부가 지원하겠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이런 일을 전 정권에서는 할 줄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다. 지출에도 우선순위가 있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이나 국민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빚을 남겨 궁극적으로는 젊은이들에게 떠넘기게 된다. 이들도 이를 모를 리 없으니 아예 나라를 망치기로 작정한 듯하다.

이들 선배가 벌인 '햇볕 정책'이라는 '정치 사기'에 대한민국은 재도약과 통일의 기회를 놓치고, 엄청난 국부 유출과 국론 혼란을 겪었다. 이는 모든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왠지 이에 순응하고 있다. 이들 사기꾼 무리보다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던 보수우익의 부패나 비호감적 행태가 더 심각했던가? 80% 넘는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니 기다려 볼밖에.

우익 진영 일각에서는 스스로의 반성을 주문하고 와신상담을 주장하고 있지만 누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위해 와신상담할 것인가? 좌익들은 복수의 일념이 있었기에 그게 가능했지만 우익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안보? 경제성장? 이는 이미 식상한 옛 노래가 되고 말았다. 인간에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천은 사랑과 복수심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반성은 사랑에 기반을 둔 것이요, 와신상담은 복수심과 통하는 말이다. 이 중 좌익에게는 복수심이 있었다면 우익에게는 무엇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