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에 대통령 선거에 나갈 각오가 된 사람이 내년 지자체장 선거에 나가야 한다.
미국 역사에는 전쟁영웅 출신 대통령이 다섯 명이 있다. 초대 워싱턴, 9대 해리슨, 12대 테일러, 18대 그랜트, 34대 아이젠하워.

모두 본인은 원하지 않았는데 주변의 강권(强勸)에 못이겨 대통령이 되었다. 특히 초대 대통령이었던 워싱턴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정확히 말해 대선 후보가 없는 政黨의 필요에 의해 스카우트되었다고 봐야 한다.

해리슨, 테일러, 그탠트, 아이젠하워, 이 네 사람은 정치적인 경력도 全無하다시피 했고, 본인 자신들도 대통령 출마는 전혀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12대 대통령인 테일러는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출마한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한 것이 생애 최초로 해본 투표였다고 한다.

인디언과의 전쟁, 남북전쟁, 2차대전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함에 따라 대선후보감이 없어 골머리를 앓던 政黨에 발탁되어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본인도 대통령이 되고, 자신을 스카우트한 당도 집권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미 150여 년 전에도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치에서는, 특히 선거에서는 후보 자신의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응원단이 많이 오고, 감독이나 코치가 고함을 질러대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매트 위에 올라간 선수 자신의 역량이다. 아무리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라도 선거에 내놓을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으면 그 지지를 담아올 수가 없다.

문재인이 행자부장관과 해수부장관에 내년 대구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지명했다. 본인 스스로 대선후보를 入閣시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마치 김대중이 노무현을 입각시켜 지명도를 높여준 것처럼. 안희정, 이재명 말고도 이젠 김부겸과 김영춘이라는 또다른 대선 후보가 크고 있는 셈이다. 계속해서 좌파 집권당의 대선후보 풀(pool)을 넓혀 갈 것이다.

정권을 잡았으니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있다. 그 많은 총리, 부총리, 장관 자리에 싹수가 보이는 좌파인재들을 등용해 인재풀을 만들어 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만 바라보며) 소홀히 했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노력을 문재인은 취임하자마자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참으로 불리한 처지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영남지역 단체장 자리다. 부산, 대구, 울산 시장, 경상남도, 북도 도지사. 그렇지만 부산지역 신문에서 거론되는 사람들을 보면 대선 후보감은 한 명도 없다.

이래서는 안된다. 지금부터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영남지역 단체장 자리에 대선후보감을 발탁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어쩌니 하는 배부른 소리 필요없다. 전략공천해서 천하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

5년 후에 대통령 선거에 나갈 각오가 된 사람이 내년 지자체장 선거에 나가야 한다. 대통령 투표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찾아내서 집권에 성공했던 휘그당(공화당의 전신)처럼 지금부터 내년 지자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백범 김구가 밤새도록 고문당하면서 나라를 뺏은 놈(일본 형사)이 뺏긴 나라 되찾겠다는 나보다 더 열심인 것에 반성했다는데, 정권을 뺏은 자들이 5년 후 재집권을 위해 벌써부터 대선후보감을 입각시켜 키우는데, 빼앗긴 정권 되찾아 와야 할 보수 야당이 별다른 각오나 노력이 없어 보이는 것이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