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몸을 붙이고 사는 사람으로서 미국에 불만을 가질 사람들은 딱 한 부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스스로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엇을 준비했다는 구체성이 없었다. 그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라고 했으나 어떤 게 나라다운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적폐 청산을 하겠다'고도했는데 어떤 것이 적폐인지 구체적 설명이 없었다. 또한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 역시 어떤 경우에 왜 NO라고 말해야 하는지 설명은 없었다.

미국이 언제 우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 적이 있었던가? 한국은 해방 이후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입었지 않은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진 빚을 숫자로 계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부터가 미국이 선물한 것이다. 한국이 오랜 군주제 국가에서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미국의 덕이다.

이후 김일성이 일으킨 6·25 전쟁으로 하마터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건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곧 사라질 찰나에 미국이 달려와 구해 주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주기 위해 이 전쟁에서 미국은 수만 명의 젊은이들 목숨을 바치고 엄청난 전쟁물자와 구호식량을 들였다. 전쟁을 중단한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주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한국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부모 잃은 전쟁고아들과 부모가 버린 장애아들을 데려가서 키워줬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만든 조악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사 주어 한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데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사실상 후견국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무엇이 불만인가?

한반도에서 몸을 붙이고 사는 사람으로서 미국에 불만을 가질 사람들은 딱 한 부류다. 한반도 통일(공산화)을 막은 게 미국이라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즉 김일성 족속들과 그들에게 부역하는 자들이다. 아니라면 불만 가질 일이 없지 않은가? 간혹 주한 미군들 중에 외출 외박시 말썽을 일으키는 장병들이 나타나곤 하지만 이는 특별히 미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탈행위일 뿐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야 어떤 이유로든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겠지만 그러나 이를 전국민적 反美 감정으로까지 확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하물며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도 못하면서 反美 대열에 나선다면 이는 수상한 사람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이북 출신으로 6·25 전쟁 막바지인 1·4 후퇴 당시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이때 그의 가족들이 타고 온 배도 미국 배였다. 즉 미국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한국으로의 피난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아 한국에 와서 그가 태어났고, 자유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변호사를 거쳐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대해 어떤 경우를 생각하여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사드 배치'를 사건화하는 이유와 함께 그의 속내를 속시원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