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권을 미국측이 갖고 있지 않다면, 그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 친구(우방)의 전쟁일 뿐이다. 대한민국 주도에 의한 한반도 통일은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1994년 12월 1일부로 평시 작전통제권을 우리 정부가 돌려받은 이후에,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서는 한·미 상호간에 관심사로 그간 여러 차례 협의가 있었다. 그 결과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조건을 충분히 갖춰지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하여 한·미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그 목표 연도를 2023년으로 합의가 된 상태다.
 
북한은 작전통제권도 없는 한국군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놀리면서 환수를 바라고 있으며, 종북세력이나 좌익 세력들 역시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최대한 빨리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반환 목표 연도까지 2023년으로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전시작전권의 조속한 환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 대한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전시작전권의 전환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군 지휘관들의 정서를 무시해서는 아니 된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현재 대한민국 국군에 영관급 이상 장교 중에 전시작전 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야 한 자리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전 해참총장 출신으로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역시 장관에 취임하면 전작권의 조기 환수라는 대통령의 공약이 달성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조기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인 필자로서는 해군의 수장까지 지낸 사람이 이런 주장을 펴는 데 대하여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조기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이를 반대하는 측이나 나름대로의 타당해 보이는 논리나 반박 논리들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필자는 조기 전환을 해서는 안 되는 논리 중에서 기존에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지 않았던 좀 다른 논리를 펴 보일까 한다.
 
‘우리의 전쟁이냐? 그들의 전쟁이냐?’의 문제이다.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 전쟁은 곧바로 자신들의 전쟁, 즉 미국의 전쟁이 된다. 미군의 지휘권이 훼손되고 도전받는 전쟁인 것이고 침략 저지 전쟁에 승리하기 위하여 한반도 외에서 들어오는 미군은 증원군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시 작전권을 미국측이 갖고 있지 않다면, 그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 친구(우방)의 전쟁일 뿐이다. 친구의 전쟁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친구가 이기면 좋고, 자신(미군)들이 형편이 안 되면 더 많은 미국인이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지역으로 미국 군인들을 보내어 친구의 전쟁을 꼭 도와야 할 것인지 하는 문제부터 생각하게 될 것이며 안 보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한반도 외에서 들어오는 미군은 증원군이라기보다는 지원군 성격인 것이다. 전시 작전권을 미국이 갖는 한은, 그에 수반하는 의무가 미국에 따르지만 전시작전권이 없다면 책임도 없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책임의식이 약해지는 법이다. 6·25 때는 전시작전권을 미군측에서 갖도록 전적으로 위임했기에 미국이 그 전쟁을 자신들의 전쟁으로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싸웠고 고귀한 피를 흘려줬다.
 
자기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멸망 위기에서 살아남고 오늘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음에도 은혜를 망각하고 걸핏하면 반미 정서가 팽배하고 미국을 적대시했는데 그나마 전시작전권까지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앞으로의 한반도 전쟁은 미국의 떠맡아도 전쟁이 끝나면 또다시 한국인들로부터 배신당할지도 모르는데 이런 한국인들을 위하여 싸워줘야 하는지 명분론부터 따져보려 하지 않을까?
 
한·미 연합사의 해체가 뒤따르게 된다.

전시작전권은 한·미 연합사령권이 행사하도록 위임되어 있다. 전시작전권을 전환하면 한·미 연합사령부의 한 축이 되는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 통제권이 소멸하게 되므로 한·미 연합사령부는 존재 이유를 잃게 될 것이다. 당연히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전시 작전권을 미군 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한·미 연합 작전계획이 휴지화하게 될 것이며, 이 작전계획을 근거로 한·미군이 합동으로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각종 군사훈련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한 미군 철수의 빌미가 된다

전시작전권이 없다고 주한미군이 한반도 주둔 명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자 하는 유인이 전작권을 미군측에서 행사할 때보다는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주도적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주인 의식이나 한국 방어에 책임 의식이 높게 되지만, 전작권을 넘기고 나면 그런 의식은 희박해지고 잠시 머물다 언제든지 떠나갈 준비가 된 나그네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구상에 분쟁이 없는 지역, 분쟁이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미군이 개입해야 할 지역, 와서 싸워달라고 하는 곳은 너무나 많다. 와 달라고 애걸하는 곳에도 다 가주지 못하는 실정인데 한국이란 나라가 표방하는 전시작전권 반환 요구가 자주 국방을 빌미로 하나 이는 표면상의 명분이고, 실제적으로 미군은 한국 내정에 간섭하는 외세일 뿐 귀찮은 존재라는 반미 정서의 표출이라는 것쯤은 그들도 다 안다. 전시 작전권이 환수된 후 10년 이내에 주한미군도 어떤 계기를 기회로 철수 절차를 밟게 되는 그 다음 수순은 필연임을 예측할 수 있다.
 
중국의 만행에도 도와줄 친구가 없게 된다.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해양 경찰이 불법어로 중국 어선에 빌포를 해도 중국이 군사적 대응이나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을 함부로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것은 비단 북한에 대한 전쟁 억제력으로만 작용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대한민국을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에 군사적 위협이나 갈등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갈등이 무력 충돌로 확대될 경우 궁극적으로 미군이라는 강적과 일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만 철회한다면 중국은 대한민국을 별 볼 일 없는 약소국의 하나로 치부하고 제 멋대로 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전시작전권을 우리가 갖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통일을 하려고 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평양에 진주하더라도 이를 미국이 제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릇된 신호를 중국에 보내게 될 것이다. 전시 작전권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한 중국은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보고 대한민국 주도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얼마든지 방해하거나 간섭할 소지가 크며 결국 한반도 통일이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가 엄청 많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이런 내용은 이미 다른 분들이 전부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단순히 넘겨받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생존에 직결되는 死活의 문제인데 문재인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서두르는 것에 기가 막힌다.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이를 서두르고자 할 경우 뜻있는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적극 이를 저지해야 할 것이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며 전환 후에 일이 터져서 후회하는 것은 현자(賢者)가 택할 방책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