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政 방향이 이상하다.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풀이에 나선 듯하다. 서훈 국정원장이 입으로는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실은 TF팀까지 꾸려 국내 정치에 올인할 태세다. 어제(11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그는 국정원 개혁 방안이라며 이른바 '적폐 청산 리스트'를 공개했다는 보도다. 이 리스트에는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채동욱 검찰총장 뒷조사, 우병우 관련 등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민감한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법원에서 판결이 났거나 재판 계류 중인 사건을 국정원이 나서서 TF팀까지 꾸려 전면 재조사를 하겠다니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금주(禁酒) 운동하겠다면서 양조공장을 확장하는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에서 사실상 2인자로 국정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끌어가고자 하는 국정 방향이 이상하다.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풀이에 나선 듯하다. 부국강병(富國强兵)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강화 내지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 등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고, 얄팍한 술수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내어 이를 무기 삼아 한풀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태세다.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이에 대응한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을 겪으면서 생긴 적개심의 표출이 아닌가 여겨진다.

내가 보건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내닫는 느낌이다. 공무원들을 무조건 늘리겠다는 것이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일 등은 정치(국가 경영)에서 충격적인 일탈이다.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단기간에 지지세력을 끌어 모아 권력 강화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나 경찰을 제쳐놓고 국정원을 앞세워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나선다는 것은 국가 공권력을 민생 안정이나 국가 안보 등에 주력하기보다는 정치적 반대세력 소탕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긁고 있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에 시비를 걸더니 일본과도 아예 등지려는 듯 보인다. 전국에 위안부 소녀상을 지속적으로 세워나가고 이를 국가 세금으로 보호 관리하며 서울에 위안부 박물관까지 건립하겠다고 한다.

위안부 역사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한 단면일 뿐이다. 조선왕가가 더 이상 나라를 보전할 수가 없자 일본으로부터 왕공족(王公族) 신분을 받는 조건으로 국민들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일본에 넘긴 것이다. 이렇게 떠들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미래 지향적이어야 할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서 최악의 조치이며 우리 스스로도 이런 구시대적 상황에 매몰되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밖에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게 해서 전 세계에 일본을 나쁜 나라로 각인시키려는가? 그 발상이나 방법 자체가 아주 졸렬하여 국제 사회로부터 호응을 얻기는커녕 한국은 위안부의 나라라는 이상한 이미지만 홍보하게 될까 우려스럽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무런 도움되지 않는 일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정권을 잡기 전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보내 개꼬리 흔들듯 아양을 떨었으나 결국 시진핑으로부터 '중국과 북한은 혈맹'이란 소리만 듣고 말았다.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을 쏴대고 이에 당황했는지 문 대통령이 전에 없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대북 정책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러한 비상식적인 여러 상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속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흐름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영리한 문 대통령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렇게 몰고 갈까? 좀더 두고 보자. 무엇엔가 쫓기듯 급해 보이는 듯하니 이제 곧 본색이 드러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