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 씐 듯, 무엇에 쫓기듯 불안한 나날이다. 정의롭지도 정직하지도 결코 서민적이지도 못한 군상들이 정의 정직을 말하고 서민을 말한다.
여자들은 말한다. '집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남자들은 모른다'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밥 지을 양식과 빨래거리, 즉 돈을 벌기는 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男女가 한 팀(결혼)을 이루어 남자는 바깥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오고 여자는 집안에서 이를 받아 쓴다. 요즘은 받는 게 아니라 통장으로 관리한다. 해체(이혼)할 때는 그동안 모인 재산을 반으로 나눠야 한다. 바깥에서 돈 벌어 오는 수고와 집안에서 이를 쓰는 일이 같은 가치로 평가되는 것이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남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총각들이 장가 안 가려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힘들게 돈을 버는 사업주들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조력자인 근로자들의 역할에 존엄성을 부여한다. 최저 임금을 덜컥 올려놓고 이튿날 경제부총리가 부작용 완화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며칠 만에 대통령은 '한번 해보고'라고 말했다. 귀신에 씐 듯, 무엇에 쫓기듯 불안한 나날이다.

역시 핵심은 이를 부담해야 할 재원이다. 돈은 어디서 나는가? 종업원들이 일해서 나온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돈 벌 자리는 아무나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 전남방직 같은 경우에는 국내 6개 공장 중 3개를 폐쇄할 대책을 내놨다. 여기서 나가게 되는 종업원들은 이제 어디 가서 최저임금을 보장받을까? 사업주들을 힘들게 하면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할까?

예전에 착하고 공부에만 열심이거나 기술 연마로 사회에 기여한 이들이 화염병 들고 길거리를 휩쓸던 같은 또래들에게 지금 부채의식을 가져야 하는 세상이다. 데모대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한 게 죄라는 것이다. 안철수가 말했다. '친구들은 집회도 나가고 경찰들에게 곤봉으로 맞고 심지어 감옥까지 가는데 자신은 용기가 없어서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다'며 마치 죄인처럼 말한 적이 있었다. 공부 열심히 하여 출세한 안철수는 자신을 보호하고 키워준 대한민국과 기성세대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져야 할 텐데 왜 反대한민국적이고 파괴적인 또래 주사파 운동권들에게 부채의식을 갖게 된 것일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 발행은 결정되었다가 좌익 정부가 들어서자 곧바로 없던 일로 해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노무현 기념관을 짓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노무현 자살 11주년(2020년) 준공 목표로 그의 고향 경남 김해에는 '노무현 기념관', 서울에는 '노무현 센터' 건립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박정희 도서관 짓는데 십 수년 우여곡절을 겪더니 노무현 기념관 짓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어떻게 박정희를 이렇게 홀대하고 노무현을 숭상하게 된 것일까? 정의는 무엇이고 기회주의는 무엇일까?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변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했으면 좋으련만 지금 이 상황은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아니다. 정의롭지도 정직하지도 결코 서민적이지도 못한 군상들이 정의 정직을 말하고 서민을 말한다. '여자들은 조져야 돼!'라던 군상들이 여성 배려를 말한다. 죽은 사람들을 붙잡고 사람 우선을 말한다. 한 세상 같이 살아왔으면서 갑자기 한쪽을 가리켜 적폐라고 한다. 자기들은 마치 두루미 날개 털듯 깨끗이 살아온 것처럼 말하지만 알고 보니 더 더럽다.

어떤 여자를 보면서 드는 생각 <이 여자야, 그렇게도 좋으냐? 그러나 자중해라. 그 감격스러워 못 견딜 것 같은 웃음의 원천은 다른 어느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가 억울하게 잡혀가 감옥에서 흘리는 피눈물임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인간의 도리를 망각하고 당신들이 쌓은 저 시기와 질투에 눈 먼 군중들의 돌팔매가 언제 당신들 쪽으로 향할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