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이나 일반 국민 너나 없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전략적 고민 같은 것은 별로 안한다. 감정에만 치우쳐 툭하면 미국에게 따지고, 허구한 날 일본을 향해 증오 퍼붓는 것이 거의 전부다. 문재인 정부의 對美·對日 기조는, '사드배치 및 위안부협상 再검토'로 상징
되는 것 같이 反美·反日的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연내
배치를 목표로 추진되던 사드에 대해서도 환경평가 등을 이유로 계속 발
목을 잡았다. 28일 언론들은, <사드 일반환경평가…연내 배치 물건너가>
<사드 배치 연내 물건너가…美, 합의무산 책임 물을 수도>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28일 심야에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렸고, 고도는 역
대 최고인 3700 킬로미터에 달했다. 탄두는 발사지점으로부터 1000킬로
떨어진 곳(동해)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고 가정
하면 미국 본토 상당 부분이 커버되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번 미사일 발사
로 북한은, 그 동안 미국이 경고해온 '레드라인'에 확실히 접촉했다고 봐도
무방하게 되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핵 탄두를 운반할 '발사체'
를 사실상 완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대미를 장식할 '추가 핵 실험'뿐이다. 만약 북한이 추가 핵
실험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그 순간 이후로 미국은, 북한을 상대
로 전쟁에 나서느냐, 아니면, 협상(상호 불가침 평화협상 등)에 나서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게 된다. 

29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잔여 포대 4기 배치'와 '對北 미사일 무력
시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고급
정보를 가장 많이 신속하게 입수할 수 있는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누구
보다 심각하게 체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드 再검토 기조를 굳게 견지
해오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 중이라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모습은 왠지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진다. 미국의 거듭된
조언(경고)을 무시하며 임기 초중반까지 노골적 친중(경미) 노선을 견지했던
박근혜 정부가 현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북한의 결정적 도발(2016년
벽두 핵 실험)이었다. 그 이후로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에 비로소 나서게 되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전철(허망한 노선 걷다가 나중에 정신 차리기)을 그대로 답습 중이다. 지난
정부의 교훈(반면교사)을 못살리고 허둥지둥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비현실적 '對美 기조'(반미)는 이렇게 출범 몇 개월 만에 부도상황에 직면
했다.

이뿐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비상식적
모습('사죄하기 前, 한일회담 No')을 보이며 외교를 파탄내고 한미일(한미
동맹) 공조까지 지장을 초래하는 막대한 부작용을 지켜봤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對日 기조는, 여전히 反日的이다.

문재인 정부의 머리로는, '발사체'와 '(소형화된) 핵'을 구비한 북한이 미국
(트럼프)과 전격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미국은 한국을 향해 "북한과의 조약
관계상 우리(미국)는 빠져야 하니, 이후로 일본과 협조해 대응하면 좋을 것"
이라는 식의 폭탄 선언을 하는 상황은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안보
는 최악의 최악까지 대비해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과 북한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날에는 자동적으로 일본과 북한 간에도 평화협정이 체결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현실을 문재인 정부는 상상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평화협정 안 맺으면 미국 본토가 핵 참화'라는 공갈로 미국으로부
터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후, 일본을 향해서도 '협정 안 맺으면 일본 핵 참화'
라는 수법을 똑같이 쓸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한국인들은 못하고 있는 것인
지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다. 그러면 그때에 일본이,
반일 열심히 하는 한국이 뭐가 예뻐서 끝까지 남아 한국과 한 편이 되어
북한과 맞서주겠는가? 일본 입장에서는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그 이후,
'우리끼리 방식'으로 통일된 한반도를 상대로 새로운 관계(국교 수립)를
맺고 무난하게 지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할 개연성을 배제 못한다. 국교
수립까지 염두에 둔 일본과 북한 간 접촉(일본 수상 북한 방문 등)이 실제
있어 왔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한국의 지금 같은 반일이 계속 이어지는 限, 일본 입장에서는, 공산국가
중국, 북한을 뺨치는 지구상 최고의 반일 국가인 오늘날 한국에게 지금
같이 계속 시달릴 바에는, 새로운 체제로 통일된 한반도와 새로운 관계
를 맺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현실적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
을 배제 못한다.

미련한 자는 과거 잘못을 반복한다. 근래의 한국이 딱 그짝이다. 지도층
이나 일반 국민 너나 없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전략적 고민 같은 것
은 별로 안한다. 그저 할 줄 아는 것은, 감정에만 치우쳐 툭하면 미국에
게 따지고, 허구한 날 일본을 향해 증오 퍼붓는 것이 거의 전부다. 이런
한심한 상황이라면, 위기가 안닥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