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불순한 시도를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교묘하게 방조 내지 조장하는 양상이 그때와 유사하다.  1945년 유엔 창설 때부터 상임이사국이었던 대만(중화민국)이, 1971년
그 자리를 중국에게 내주고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힘의 논리' 때문
이다. 상임이사국 소련은 유엔 초창기부터 줄기차게, 대만 대신 중국이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타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
랑스)은 대만이 계속 상임이사국이어야 한다며 대립했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의 와중에서 1950년,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소련이 불만을 품고 안보
리에 불참한 덕분에, 미국, 영국, 프랑스, 대만의 결의로 유엔군이 한국
전(6·25)에 참전하는 행운을 한국은 누린 측면이 있다. 

이후 중국은 1964년 10월 핵 실험에 성공하여, 美蘇英佛에 이어 다섯번째
핵 보유국이 된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중국의 파워를 점차 인정하게 되었
고 1971년 중국은, 대만을 밀어내고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하게 되
었다. 이후 중국은 수교를 원하는 국가들을 향해, 수교 조건으로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고 웬만한 나라들은 전부 이 조건에 따랐다. 1972년 일본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고, 미국 역시 중국과 수교하면서 1978
년 대만과 단교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1992년 8월24일 베이징
에서 중국과의 수교 조인식이 열렸고, 당일 오후 4시에는 서울 명동 대만 
대사관에서 대만국기 하강식이 열렸다.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파워'를 인정받게 된 요인 중 하나는 '핵 보유'다. 
중국이 일부 자치구(신장, 위구르 등)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가혹한 인권
탄압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악명이 높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파워를
인정받은 중국은 이런 결점(인권탄압 등)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밀어내
고 지금까지 당당하게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행세하는 중이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오늘날 '핵'을 통해 파워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시도는 중국의 그것과 매우 닮았다. 유사점은 또 있다. 처음에는 불가능
할 것 같았던 중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중국의 자체노력(핵 보유 등)뿐
아니라, 옆에서 소련이 집요하게 거들었던 점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도 비슷한 분위기다. 북한의 불순한 시도를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
상 교묘하게 방조 내지 조장하는 양상이 그때와 유사하다. 이런 식이면,
북한이 만약, 발사체(ICBM)와 더불어 소형화된 핵까지 완전히 갖추게
되는 순간, 중국과 러시아는 이후부터 태도를 바꾸어 미국을 향해, '세계
평화 위해 북한과 조약 맺으라'는 요구를 본격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 못
한다.

중국의 상임이사국 진출 당시(1971년), 미국은 반대했었지만, 프랑스, 이
탈리아, 캐나다 등 여타 주요국들이 제출한 <대만 축출과 중국 상임이사
국 진출 지지 결의안>(알바니아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되자 결국 미국
또한 별 도리가 없었다. 북한의 위협(발사체+소형화된 핵)이 최종 완성된
시점 이후로도 여전히, 국제사회가 지금 같은 대북 강경제재를 지속할지
여부는, 이런 전례(알바니아 결의안)를 감안하면, 현재로서 아무도 모른다.
국제사회 분위기는 '힘의 논리'에 의해 하루 아침에라도 변하는 것이 삼척
동자의 지식이다. 중국을 싫어하던 국제사회가 중국의 '현실적 파워'(핵 보
유 등) 앞에 대만을 버린 것(烹)은 살아있는 역사이며, 오늘날에도 유효한
국제사회의 원리다.  

한국에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파워(발사체+소형화된 핵)를 완성한 북
한을 향해 국제사회가 점차 유화적 자세로 나오면서, 미국, 일본이 이러한
분위기에 떠밀려 평화조약類 체결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이 떠
나간 고립무원의 한국은 사실상 '우리끼리 방식'의 한반도 통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안 그러면 핵에 맞서 한국 홀로 북한과 싸워야 하
는데, 이는 현실성 없는 희망일 뿐이다.  

한국이 이러한 최악 시나리오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슨 수단방법을 쓰든,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일체의 조약類(평화조약, 불가침 조약 등)를 맺지
않도록 다짐을 미리 받아놓아야 한다. 이는 현재로서 최악의 사태에 대비
하는 대책 중 하나다. 대만의 사례는 오늘날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
우 크다. 섬뜩하게도, 再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주변
여건이 흐르는 조짐(중국, 러시아 태도 등)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대만 케이스) 특히 유의하면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안보정세에 잘 대
처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지금 같이 허구한 날 미국과 일본을 짜증나게 만드는 한국의
태도(反美, 反日)로는, 최악의 순간에, 미국, 일본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조약類 체결을 못하도록 만들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 동안 열심히(주제
넘게) 反美하고 反日하며 즐긴 방종의 대가를 오늘날 한국이 이런 식으로
호되게 치르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과응보'라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