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각에 철도가 놓인 것은 1942년. 그렇다면 日帝는 이상룡 선생이 임청각을 처분한 지 31년 만에, 이상룡 선생이 세상을 뜬 지 10년이 지나서야 보복을 하겠다며 임청각을 제3자로부터 사들여(수용하여) 일부러 거기에 철도를 깔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
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입니다.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
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입니
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
습니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8·15 기념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그런데,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다.'는 부분은
팩트인가?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사실에 근거해 발언해야 한다.
시중에서 그냥 떠돌거나 피상적으로 회자되는 지식 등을 토대로
발언을 하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이 언급한 '이상룡 선생'은, 1911년에 자신의 거처인 '임청
각'을 전부 처분하고 만주로 이주했다. 이때 '임청각'은 누군가 제
3자가 인수했다. 그리고 '이상룡 선생'은 1932년에 세상을 떴다.
그런데, 임청각에 철도가 놓인 것은 1942년의 일이다. 그렇다면,
일제는 이상룡 선생이 임청각을 처분한 지 31년 만에, 그리고 이
상룡 선생이 세상을 뜬 지 10년이 지나서야 보복을 하겠다며 임청
각을 제3자로부터 사들여(수용하여) 일부러 거기에 철도를 깔았
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일제가 정말 보복을 하겠다는 차원이었다면, 이상룡 선생이
1911년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에 나선 시점에서 곧바로 그렇게
했어야 정상 아닌가? 더구나 보복의 방법이라는 것도, 임청각을
그냥 흔적도 없이 허물어버리는 것(쑥대밭 만들기)이 가장 손쉽
고 확실한 방법인데, 수십 년이나 한참 지나서야 비용과 시간이
꽤 드는 철도를 관통시키는 방법을 굳이 쓸 이유가 있나? 더구나
보복이라면서, 일제는 임청각의 가장 중요한 본채는 고스란히 그냥
놔둔 채, 마당으로만 철도를 부설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아무리 '일제만행'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임청각 관통 철도가 일제 보복 차원'이라는
이야기는, 이러한 면에서, 매우 자의적이며 비약적이고 억측에
가깝다.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임청각을 복원하고 싶으
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개연성 떨어지는 蛇足('철도 관통은
일제의 보복')을 억지로 갖다붙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