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마루 지로 " 당국이 국영 TV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력을 대내외에 과시하지만, 일반 주민은 내부 사정의 어려움에 빗대어 이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
앵커: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앞으로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 미국과 한국이 항복해 식량을 보내주고,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할 뜻을 시사하면서, 정당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5일,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해산물 등의 수출을 금지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경제봉쇄를 멈추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을 취재하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19일 북한 남성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에 대해 처음 들었으며 당국이 경제봉쇄를 풀기 위해 미사일을 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하면 미국과 한국이 무릎을 꿇고 식량을 보낼 것이며 그러면 생활이 좋아질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일반 주민이 핵과 미사일 실험 때문에 대북제재가 이행됐음을 알게 되고, 특히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로 주민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Ishimaru Jiro]김정은 정권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때 국내용 정당성이 필요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제재에 관한 부분인데요, 북한의 일반 주민은 제재내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핵과 미사일 실험 때문에 경제제재를 받는다고 하면 일반 주민이 피해의 원인을 정권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8월 5일에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로 외화벌이의 대표적인 수단이 막혔는데, 일반 주민이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부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이 미국령인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밝힌 지난 8월 초에도 북한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모임이나 강연회 등이 군대와 여성동맹, 직장 등에서 열렸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천재’, ‘만재’라고 부르며 위대성을 선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덕분에 미국과 중국에 침략당할 일은 없어지고, 앞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은 미사일 발사와 성공 여부에 관해 거의 관심이 없고, 오히려 “인민군 병사가 먹을 것이 없어 영양실조에 걸리는 마당에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또 양강도에 사는 여성 취재협조자도 “일반 주민은 미사일 강국이 됐는지에 관심이 없다”라며 “미사일 실험과 인민 통제 등을 그만두고, 주민들이 잘 먹고 잘살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할 정도입니다. 여전히 핵과 미사일 개발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Ishimaru Jiro] 앞으로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습니까? 또 경제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죠. 그러면 주민 생활도 어려워지고, 북한 경제에 좋을 것은 없습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은 책임을 미리 전가하고, ‘이제 좋아질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국영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지만, 일반 주민은 내부 사정의 어려움에 빗대어 이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북한산 석탄 수출을 전면으로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으며, 이를 이행할 경우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의 1/3인 약 10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