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바뀌고 노선-정책이 새로워지고 감각이 젊어져야 한다.
“물 위에 뜬 기름방울 같이 된 보수 애국자들은 파별로 갈라져서 태극기를 흔들며 말로만 애국을 외치다가 아무것도 되돌려 놓지 못하고 얼마 못가서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다.”

탈북인사이자 전(前) 조선-체코 양말합영회사 사장이던 김태산 씨가 또 돌직구를 날렸다. 오늘의 남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두고 한 말이다. 물 위에 뜬 기름방울이라…반대 진영 정권과, 그것을 70%~80%란 여론조사상 압도적 지지표로 떠받드는 대중 사이에서 자유민주 진영은 아닌 게 아니라 물 위에 뜬 기름방울 신세다. 대중의 지지도 잃고 정권의 존중도 못 받고, 이건 완전히 ‘개밥의 도토리’이고, 고립무원 그 자체다.

“파별로 갈라져서…”란 말도 사실 그대로다. 지금 자유민주 진영은 세 갈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과 그 지지자들, 이헤훈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과 그 지지자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여전히 똑같이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한’ 정서를 가진 부분, 이렇게 딱 떨어지게 3분화 되는 건 아니더라도 대체로 그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중 어느 것이 그래도 지지자들이 그중 많은지는 각자 알아볼 일이다. 이도저도 아닌 “난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하며 떨어져나간 ‘불개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세 그룹은 지금으로선 대화, 소통, 이해가 거의 두절상태다. 하물며 보수통합은 더 말할 건더기조차 없다. 이런 분류법에 더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할 것인가?”란 기준을 들이대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핵분열은 더 격렬해진다. 차라리 아무 말 않는 게 나을 정도다.

이런, 민심에 버림받고 스스로 지리멸렬해진 구(舊)자유민주 진영은 그래서 결국 “아무 것도 되돌려놓지 못한 채 얼마 못가 곧 사라질 것 같다”고 한 김태산 씨의 말은 더더욱 여실하다. 그렇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라곤 구보수의 ‘궤멸’ ‘멸망’ ‘소멸’ ‘종말’ ‘사망’ ‘도태’ ‘폐기’ ‘퇴화’뿐이다. 임종에 임해서도 분열을 하는 진영은 다시 회복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합치라고, 혼자만 설현(聖賢) 같은 소리를 할 수만도 없다. 분열할 이유가 있었을 터이니 말이다. 참, 이러지도 저러도 못할 딱한 형편이다.

이래서 아예 50대 중반, 40대, 30대, 20대가 운동 전면에 나서고 60대 이상 구보수는 그만 후퇴하는 게 어떨까? 이렇게 해서 ‘한국자유회의’ 같은 50대 중~후반 이론 팀이 만들어내는 노선과 정책에 따라 새 세대 보수가 국민 앞에, 무대 위에, 정치-사회 지형(地形)에 짠 하고 나타나야 한다. 얼굴이 바뀌고 노선-정책이 새로워지고 감각이 젊어져야 한다. 문화주의적 접근을 통해 감성적 공명(共鳴)을 일으켜야 한다. 멋대가리도 없고 맛대가리도 없는 구닥다리 냄새를 계속 풍겼다간 진보 유권자한테 얻어터지기 전에 먼저 보수 유권자한테서도 배척받을 것이다.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한국 자유민주 진영이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몸을 추스르리란 확신은 들지 않는다. 상당기간 운동권 세상이 계속될 것이고 보수 각파는 계속 죽을 쑬 기색이다. 그러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나중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나? 헤겔이 말했다. “역사의 교훈은 인간과 국가들이 역사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망하기로 작정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

류근일 2017/8/2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