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에 따른 절차대로 자기 권리를 행사하면 되는 것에 그 어떤 '도리'를 들이대는 것은 反법치주의적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에 동의할 수가 없다. 이 칼럼은 한 마디로 박근혜 대통령보고 '모든 게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다' 하면서 법정에서 자기 죄를 깨끗이 자백하라 이런 소리다. 대체 양 주필이 만났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은 박 대통령을 평소에 그리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어떠한 '대의'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서 짊어지는 숙명이란 게 부하들의 책임까지 모두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라면 재판은 뭐하러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직 대통령한테는, 박정희 대통령 딸에게는 정당한 방어를 할 권리와 자기 주장 행사의 권리도 없는가.

만약 박 대통령이 '다 내 탓이니 내 새끼들은 살려달라'라고 재판부에 호소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종범 전 수석이나 김종덕 전 장관, 김상률 전 수석같은 사람들이 풀려나는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전부 책임을 지게 되어 있고, 오히려 주요 신문과 방송 언론들은 그런 박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기보다는 마치 박 대통령이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자백을 한 것처럼 기사를 쓸 게 눈에 선하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스스로 써서 발표한 이웃나라 일본의 진심과 성의조차도 평가절하하기 바쁜 한국언론이다. 한번 악의적으로 보기 시작한 상대는 뭘 해도 헐뜯기 바쁜 우리나라 언론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든 호의적으로 봐줄 리 만무해보인다. 자기가 하지 않은 것을 소위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식으로 섣불리 인정해서는 안된다. 그런다고 누가 높이 평가해줄 사람 없는 게 언론이 만들어내는 우리나라 여론의 현실이다.

7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조서를 꼼꼼히 읽은 것이 대체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는 문서이기 때문에 정확히 살펴서 사실과 다르게 적시된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수사관에게 정정을 요구해야 하는 법이다. 총리 지낸 어느 분은 수사 내내 아예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진술거부권 한 번 안쓰고 검사가 묻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한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꼼꼼히 읽은 죄(?)로 지탄을 받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사실을 언론에 교묘하게 흘린 검찰 행태가 더 문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는 저번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에서 팔짱 끼고 있었다고 뭐라 하던데, 그럼 검사들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든 모습을 갖추어야 수사받는 전직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인가. 법에 따른 절차대로 자기 권리를 행사하면 되는 것에 그 어떤 '도리'를 들이대는 것은 반 법치주의적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조선일보나 홍준표 대표가 주장하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발언' '자기 희생적 발언'이 있으려면 적어도 피고인 신문이나 최후진술 때까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