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과부 사냥
우리가 지난 수개월간, 채 일 년도 안 된 기간 동안 벌인 일이란 게 대체 뭐란 말인가? 왜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했던가?

이런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중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한 번 꺼내어 읽어 보았다. 물론 그것 때문에 읽은 것은 아니고…아래 얘기가 그 소설의 주제도 아니지만…

‘그리스인 조르바’(정확히는 ‘알렉시스 조르바’. 그는 마케토니아 출신이고 실존 인물임)와 주인공인 ‘나’가 갈탄광 사업을 한답시고 찾아간 크레타 섬의 해안가 마을이 무대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짓지 않았다.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연상케 한다.)

그 마을에는 조르바의 연인이 된 여관집 늙은 과부 오르탕스 부인(또는 부불리나 여사)도 있었지만, 또 한 명의 젊은 과부 ‘소멜리나’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젊은 과부를 두고서 마을 영감 마브란도니의 아들 파블리냐가 상사병 끝에 자살을 했다. 해변 자갈밭에 부풀어 오른 시체를 두고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거기에 모였다. 남정네들은 모자를 벗고 묵묵히 서 있었고 여자들은 머릿수건을 어깨 뒤로 벗어 걸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과부 년! 저주를 받아라.”
“하느님이 네년에게 이 값을 물릴 게다!”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이때 주인공은 말한다. “다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어째서 그 여자 잘못이라는 겁니까?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아요?”

그 일이 있은 후의 일이지만,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젊은 과부와 단 한 번의 밀회를 가진 것으로 살짝 그려져 있다.

그 후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 시파카스의 주도로 광장에 모여 열광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고, 이때 성당사찰 안드룰리오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소리친다.

“과부다! 과부야!”
“어디 있소. 그 과부 년이 어디에 있단 말이요?”
“교회 안에 있습니다. 조금 전에 교회로 들어갔습니다.”
“이년, 이 화냥년. 더러운 살인자!”
“더러운 살인자인 주제에 뻔뻔스럽게 여기 광대뼈를 내밀어! 이년은 우리 마을을 더럽혔다!”

자살자의 아비 마브란도니 영감이 마놀라카스에게 은근히 말한다. “네 사촌의 피가 네 몸속을 흐르고 있다. 그놈 영혼에 안식을 주어라!”

그러더니 “잠깐! 그년은 내 거야!” “하느님의 정의로 심판한다!”고 하더니만 민첩한 매처럼 과부를 덮쳐 땅바닥에 쓰러뜨리고는 검은 머리카락이 치렁거리는 목을 끌어안고는 단숨에 단도로 목줄을 따버렸다. 잘라낸 과부의 목을 교회 문턱에다 팽개쳤다. 그러고는 성호를 그었다.

콘도마놀리오, 아나그노스티, 마브란도니, 스파키아노니콜리, 마놀라카스, 미미코, 마놀라카스, 안드룰리오 기타 등등 온 마을 사람들이 하는 짓이란 게 이런 것이었다. 그들은 왜 그 젊은 과부를 마녀로 만들고 끝내 죽여야만 했을까?

마녀는 참으로 편리한 도구이다. 뭔가 일이 잘 안 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누군가를, 특히 과부나 독신녀에게 마녀란 딱지를 붙이면 만사형동이다. 사실 여부나 책임 여부는 관심사가 아니다. 퇴굴심과 맹동성에 사로잡힌 군중은 이로써 자가 면책이 되고 집단위로를 받는다.

마을에 사업을 일으켜 빈둥거리던 사람들에게 돈벌이를 시켜준 외지인들에게 일면 감사의 정, 일면 부러움의 정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우월한 지위 내지 그리하여 젊은 과부가 마을 젊은이가 아니라 외지인들에게 이끌리도록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서는 가슴 속으로 저주의 염을 가지고 있던 중 어떤 계기로 군중의 들뜬 열정에 한번 불이 붙자마자 후다닥 일을 치르고 만 것은 아닌지?

‘마녀’라는 이름을 붙여서…
그리고 ‘하느님의 정의’라는 명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