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장관 후보에서 물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소신입니다'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청와대가 내정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권 지지자들이 '뉴라이트 역사관' 등을 문제 삼자 청와대가 나서서 '생활보수'라며 변명을 했다. 이론적 보수는 수용할 수 없고 생활보수는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말장난이다. 어쨌든 '보수'가 혐오 대상이 되고 만 느낌의 이 허탈감이란…

박 후보는 현재 포항공과대학 교수로 2년 전 한 용역 보고서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자유민주주의 나라 건설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해 독재 외에 다른 대안이 있었나?'라고 李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고 한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조국 근대화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고 '새마을 운동은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대학 교수가 이런 보고서를 쓸 정도면 이미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위 '운동권'이 아닌 정통 보수우익 역사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했든 누가 발탁을 했든 이런 사람이 중책을 맡는다는 데는 이견을 달 이유가 없다. 전교조 좀비들 세상에 그래도 이런 반듯한 교육자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당사자가 '역사에 무지해서 생긴 일'이라는 변명을 했다니 뒷맛이 씁쓸하다. 하루아침에 가진 역사관이 아닐진대 설사 장관 후보에서 물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소신입니다'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훗날 더 크게 쓰일 재목으로 주목받을 만한데 스스로 바겐 세일을 청한 꼴이 되고 말았다. 보수우익의 씨가 말라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