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판사를 협박하려는 것인가?
어제 법원이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과 관련한 혐의로 국정원 퇴직자 모임의 전·현직 간부 2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영장 청구를 한 중앙지검이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나는 법조인이 아니라 법적용의 구체적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무죄추정의 원칙'과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불구속 원칙'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은 이를 반영한 게 아닌가 판단된다. 오히려 구속부터 하고 보려는 검찰의 수사행태가 비판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검찰이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존중받아야 할 법원 판결에 대놓고 반발한다는 것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검찰은 한 발 더 나아가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 누구보다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야 할 검찰이 이런 식의 의혹 제기를 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언중유골(言中有骨), 은근히 판사를 협박하는 느낌을 받는다.

현재 중앙지검장은 4년 전 이 사건(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다. 당시 무리한 수사로 항명 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당시 수사에서 직속상관인 조영곤 중앙지검장의 지휘를 무시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전결 처리했다가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서까지 상관인 조 지검장과 설전을 벌였다. 이때 그는 '검사장을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지난 일을 새삼 이렇게 회고하는 것은 지금 중앙지검의 영장 기각 판사를 향한 불만 표출이 당시 상관인 조 지검장에게 날린 직격탄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판사들과는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검찰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알려진 바로는 중앙지검장이 아주 강직한 검사라고 한다. 존중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유아독존식은 곤란하다. 지휘체계를 세워놓은 검찰 조직도, 검찰과 법원을 분리해놓은 국가 조직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신만 옳다는 식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그것도 고위 공직자가 이런 식이면 어떻게 국가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겠는가?

대통령도 그렇고 검찰도 그렇고 이 정부 들어 한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일제히 한풀이에 나서는 느낌이 들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하다. 법원이나마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으나 모두가 아슬아슬해 보이니 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