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朝鮮日報 김수혜 특파원

본사 사회정책부 기자로 있다가 2015년 2월 하순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했다. 특파원 생활 2년 반 정도 되었다.  
                
그가 얼마 전(8월 29일)에 쓴 <'규칙대로' 사회의 위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일본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일종의 미담을 전한다. 기사 중 일부는 이렇다.   

<<조선일보 도쿄지국에 고물 복사기가 있다. 복사기 회사가 '곧 단종될 예정'이라고 연락해왔기에, 해약하겠다고 했다. 해약절차가 5분이면 족할 줄 알았는데 30분쯤 걸렸다. 서류 한 장은 금방 채웠다. 인감이 문제였다. '인주가 덜 묻었다'며 또 한 번, '한 글자가 희미하다'며 또 한 번, '漢字가 뭉개졌다'며 또 한 번, 총 네 번 도장을 다시 찍으라고 했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땐 이럴 때 '한자 획 좀 번진 게 뭐가 대수냐' '복사기 해약하는데 왜 인감까지 찍어야 하느냐'고 따졌다. 이젠 안 따진다. 복사기 해약부터 총리 관저 출입 허가까지 일본인은 매사에 모눈종이처럼 촘촘하게 규칙을 만들고 그걸 지킨다. 인감을 찍으라면 정성껏 찍는 게 제일 빠르다는 걸 깨치는 데 2년 걸렸다.
 보름 전 중학생 딸이 한국에 놀러 갔다 오는 길에 어딘가에 지갑을 두고 왔다. 딸은 자기가 지갑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걸 주운 일본인이 도쿄 도심 히사마쓰 경찰서에 맡겨놓고 갔다. 경찰이 학생증에 적힌 주소를 보고 '보름간 보관하다 분실물센터에 보내겠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우리 모녀는 통지를 받고도, 바쁘다며 미루다가 나중에 지갑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통지문을 건성으로 읽어 잘 몰랐는데, 우리가 간 날은 지갑이 경찰서에 들어간 지 딱 보름 되는 날이었다. 지갑은 분실물센터로 이송됐고, 센터 업무 시간이 오후 5시 15분까지라기에, 둘이서 택시로 허겁지겁 시내를 가로질렀다. 딱 30초 늦었는데 안에서 칼같이 문을 잠근 뒤였다. 할 수 없이 이튿날 다시 한 번 딸을 보냈다. 딸이 서툰 일본말로 '지갑을 찾아주신 분과 경찰에 감사드린다'며 경찰을 향해 쿠키를 내밀었다. 경찰은 사양했다. 딸이 내게 카톡으로 경과를 보고했다.
 '지갑 찾아주신 분이 사례를 바라지 않는다며 연락처를 안 남겼대요. 경찰은 규칙상 아무것도 안 받는대요. 교통카드, 학생증, 5000엔, 우리 집 열쇠 그대로 있어요.'>>

김수혜 기자가 도쿄에 처음 부임해 작성한 초창기 기사들을 보면, 유독, 아베 수상과 자민당 정권을 비판하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뛴다. 부임하고 최초 3개월간 그가 작성한 반일(反아베) 기사는 대충 주요한 것만 꼽아도 아래와 같다.      

<'포츠담 선언 안 읽었다는 아베… 변명이 아니라 정말 안 읽은듯'> 2015. 5. 23.
<日, 어두운 과거 숨긴채 '산업혁명' 과시하려다 제동 걸려> 2015. 5. 23.
<'침략 전쟁' 단어 안 쓰려다가… 일본 野대표들에게 혼난 아베> 2015. 5. 21.
<과거史 잊는 것은 불가능… 제대로 반성하고 미래로 가야'> 2015. 5. 16.
<아베의 '美연설 작전'… 시종일관 한국반격 무력화 노렸다> 2015. 5. 11.
<아베 이중성 또 드러내는 '6박8일 訪美'…사죄 없이 홀로코스트 찾을듯> 2015. 4. 27.
<'아베, 자주 本心 드러내… 변명 대신 과거사 속죄해야'> 2015. 4. 24.
<하루키, 아베에 일침…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2015. 4. 18.
<'아베, 한국뿐 아니라 日국민에도 기만해서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2015. 4. 8.
<아베 정부가 '지침' 불러주고 日출판사들이 받아적었다> 2015. 4. 7.
<日정부는 반성은커녕 '독도 도발'> 2015. 4. 6.
<아베의 “위안부는 인신매매 희생자” 발언이 꼼수인 이유> 2015. 3. 29.
<'무라야마 담화 계승하라' 日원로들, 아베에 브레이크> 2015. 3. 13.
<日우익, 쓴소리하고 떠난 메르켈에 발끈> 2015. 3. 12.

주관적 판단일지 모르지만, 朝鮮日報 김수혜 기자는, 특파원 초창기에 비해, 反日 논조가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점차 정상화 과정(?)을 밟아가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다음은, 東亞日報 서영아 특파원(겸 도쿄지국장)

2006년 4월 특파원으로 부임하여 지금은 지국장을 겸하고 있다. 특파원 생활 10년이 넘었다. 

9일 그가 쓴 <일본에서 느껴지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평소 자기중심적 경향이 강한 한국(인)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게 만드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지난달 29일부터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까지,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차례 통화했다. 3일 밤에는 중국을 방문 중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를 연결하는가 하면, 영국 독일 인도의 지도자와 의견을 교환하며 대북 압박을 호소했다. 아베 총리는 “전화 회담 자체가 억지력”이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7일 일본 후지TV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대북 대화에 집착한다며 “(구걸하는) 거지 같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거친 말버릇도 그렇지만, 5일 산케이신문도 트럼프가 아베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한국
의 대응을 비판했다고 한 줄 썼던 걸로 봐서 일본 정부 내에서 이 같은 정보가 흘러나온 것은 사실인 듯하다. 굳이 정보를 흘리고 이를 보도하는 데서 한국을 모욕하고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의심되기도 하지만, 이는 미일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한국은 제외되는 ‘코리아 패싱'의 단
면이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 
 참고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오피니언 리더 상당수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권이 ‘미래지향’을 말하면서도 말끝마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역사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령 북한이 괌 주변 포격계획을 발표한 불과 며칠 뒤, 문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해 일본을 경악시켰다.
 ‘핵보유국’ 북한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1대 1 대결에 집착하는 것을 제어할 수단을 한국은 사실상 가지고 있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 관련 모든 당사국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비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마치 속국에 하듯 사드 보복을 하고 있고, 미일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 없는 객체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트럼프-아베의 잦은 통화에서 읽을 수 있듯, 일본을 배제한 한미동맹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힘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강고한 미일동맹이 우선이고 어찌 보면 한국은 종속적인 위치다.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보고, 겸허한 자세와 치밀한 전략하에 이 엄혹한 현실에 임하고 있는가. 확실한 것은 국내에서의 인기만으로는 이 현실을 헤치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락에 나오는 '일본을 배제한 한미동맹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의 인기만으로는 이 현실을 헤치고 나갈 수 없다'는 부분은, 이 기사의 논조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東亞日報 서영아 특파원의 이같은 기사는, 10년 관록이 거져 얻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다. 

끝으로, 中央日報 윤설영 특파원.

JTBC 사회·정치부 기자로 있다가 올해 7월 하순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했다. 특파원 생활 두 달도 안되었다.  9일 그가 쓴 <아베의 전화외교>라는 제목의 기사는 주요 내용이 이렇다.

<<지난 9월 4일 자정을 넘긴 시각. 관저를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런데 오전 전화통화 때와 달리 굉장히 상기된 얼굴이었다. 엔도르핀이라도 나오는 건지 한밤중인데도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잦은 전화통화로 ‘내가 트럼프랑 가장 친하다’는 게 입증됐다는 뿌듯함이라도 느낀 걸까.
 아베 총리가 각국 정상들과 전화 외교를 펼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대개는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보여준 퍼포먼스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너무 많이 했다. 다음엔 얼마나 더 많이 할 건가” 하는 비아냥도 있다. 그렇게 많은 전화를 나누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뜨거운 관심사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옵션은 절대 안 된다”고 말렸을 것이라는 얘기가 꽤 현실성 있게 돈다. 미국이 선제타격이라도 하면 북한은 곧바로 반격할 테고,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은 물론 일본도 그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면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일단 ‘대기’를 걸어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일본에 알리지 않고 군사옵션을 결행하는 경우다. 전시작전권을 미국과 공동으로 가진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미국이 알려주지 않으면 갑자기 북한에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고도 요격체제를 갖출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달라는 게 지금 심정이다. (후략) >>

과연 일본 특파원 초년생답게 의욕(?)에 불타는 논조다. 미국과 전화 회담한 아베 수상에 대해, <굉장히 상기된 얼굴이었다. 엔도르핀이라도 나오는 건지…잦은 전화통화로 ‘내가 트럼프랑 가장 친하다’는 게 입증됐다는 뿌듯함이라도 느낀 걸까.>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을 보건대, 그는 일본에까
지 파견되었으면서도 아직도 한국 내에서 작성되는 '국뽕기사'를 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수상의 전화 통화에 대해, 10년 관록의 東亞日報 서영아 특파원은 자신의 기사('일본에서 느껴지는 코리아 패싱')에서 '전화 회담 자체가 억지력'이라는 아베 수상의 견해를 소개한 반면, 특파원 초년생 윤설영 기자는, 기사에서,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보여준 퍼포먼스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라는 식으로, 사실상 단정했고, 아베 수상이 전화 통화에서 '군사옵션은 절대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말렸을 것이라는 식의 근거 희박한 억측까지 소개했다. 아울러, 일본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가, 미국이 일본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군사작전에 나서는 경우라고도 썼다.

그런데, 현실은, 윤설영 특파원의 이러한 기사 내용과는 반대로, '군사옵션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며, 아울러 한국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 또한, 미국(美日)이, 한국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군사작전에 나서는 경우라는 것이 공공연한 인식들이다.

권하고 싶은 것은, 특파원 초년생 中央日報 윤설영 기자는 시간이 되면, 같은 일본 도쿄에 상주하는 10년 관록의 東亞日報 서영아 특파원을 자주 찾아가, 여러 가지로 조언을 들었으면 하는 점이다. 朝鮮日報의 김수혜 특파원도 윤설영 기자보다는 '일본 특파원 고참'에 해당하니, 역시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일본에서 수고하는 이들 조·중·동 女性특파원 3인방이 부디, 미래지향적 韓日관계 형성에 도움 되는 유익한 기사들을 보다 많이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들의 건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