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한 방 날리고 죽을 짓은 바보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玉의 티이다.
엄상익 변호사님의 글이 조갑제닷컴 대문에 높다랗게 걸렸다. ‘조폭 보스와 북한의 김정은’ 이라는 글이다. 좋은 글이며 좋은 말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말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글의 말미에 있는 단 한 문장이 옥의 티이다. 그 문장은 우리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돕는 주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겠기에 감히 그를 지적한다. 물론 말꼬리를 잡는 것도 아니다. 설사 말꼬리 잡기라 할지라도 말꼬리 잡기로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그 표현의 타당성을 한 번 따져 보는 것이 낫겠다.

결론 부분에 있는 “핵 한 방 날리고 죽을 짓은 바보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문장이다. 이 말은 김정은이 핵 하나 쏘고 죽을 바보는 아니다는 의미이며 핵폭탄을 쏘지는 않을 것이다는 주장이다. 말인즉슨 그럴 듯하다. 그러나 말을 저렇게 하면 안 그래도 많은 국민이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도 “설만 쏘기야 하겠나?”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거기에 더욱 기름 뿌리는 일이 된다. 그리고 저런 자세는 안보 불감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조갑제닷컴마저 거기에 동조한 양, [김정은이가 핵 한 방 날리고 죽을 바보는 아니기에 핵을 쏘지는 않을 것이다]는 의미가 담긴 글을 대문에 높게 걸어 올렸으니 나는 오늘 너무 슬프다. 글의 결론에서 '우리도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해놓고 그 다음 문장은 엉뚱하게 '설마 쏘겠나" 식이다. 슬플 뿐만 아니라 헷갈리게도 썼다.

북한은 핵폭탄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겁박을 수차례나 했고 급기야는 미국령 괌을 향해서도 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미국 조야는 벌집을 쑤신 듯했고 일본은 민방위 훈련까지 했다. 그러한데 우리 지식인들은 유비무환의 자세보다는 '설마'의 태도를 주장한다. 조갑제닷컴마저 이러니 여기도 우리가 기댈 곳이 아니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