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른스럽게 대하면 일본에도 같은 모양으로 대해야, 분별력이나 균형감을 떠나서라도, 최소한 자신을 속이는 짓은 아닐 것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금년 12월 1일부로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정인 씨가 "아주 잘못됐다. 부적절한 표현이다.”며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참수작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우리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철학과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인간성이다. 국가안보를 맡고 있는 이가 저런 말을 해서야 되겠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그렇다는 말인데 문제는 다음에 있다.

오늘자 조선닷컴에 “日, '이사부함' 이름 트집 잡아 한·일 해양연구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함'의 이름을 문제 삼아 양국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를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게 그 내용이다. 트집 잡았다는 말은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는 의미로써 저 쪽이 불평을 하거나 말썽을 부릴 때 쓰는 말이다. 그러므로 ‘트집 잡았다’를 제목에 쓴 것은 일본이 잘못한 것으로 미리 알리자는 속셈일 것이다 그런데 기사 내용에는 일본이 트집 잡았다고 할 만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공식 항의한 것이 아니어서도 그렇고, 개인 자격으로는 참가하도록 내버려두어서도 그렇다. 그런 것을 ‘정부가 막았다’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트집도 아닌 것을 트집이라 한 셈이다. 수소폭탄을 들고 흔드는 김정은이에게는 저렇게나 상대의 입장에 서 보는 나라가 일본에는 털끝만큼도 그러기 싫은 것이다.

북한을 향한 문정인 특보의 역지사지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선박 이름에 군함에나 달법한 ‘함(艦)’을 붙인 것부터가 일본을 자극한 것이다. 바람직하든 말든 독도는 한일 양국간에 다툼이 있다 그런 곳을 연구하는 배 이름을 하필이면 이사부함이라 한 것은 일본의 입장에선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서울 불바다를 외치는 김정은에게는 역지사지 하면서도 일본에는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트집'이라 덮어씌운 것은 분별력도 균형감도 없는 짓이다. 일본 교수는 개인 자격으로라도 참가하겠다고 했고 그러는 것을 일본 정부는 말리지도 않는다. 우리라면 불문곡직 '친일파'로 낙인찍을 것이고 교수는 사표를 써야만 했을 것이다. 적어도 문명국가라면 북한을 철학적으로 대하면 일본에도 철학적이어야 하고 북한을 어른스럽게 대하면 일본에도 같은 모양으로 대해야, 분별력이나 균형감을 떠나서라도, 최소한 자신을 속이는 짓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