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으로 인해 이혼 서류 접수하지 못했던 업무가 그 다음달로 넘어가서 수치상 늘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설이나 추석 연휴 뒤에 시댁 또는 부부 간의 갈등으로 이혼 신청이 늘어난다는 기사는 요즘 단골기사이다. 그런데 이게 사실과 맞는 걸까? 내 생각에 이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기자들의 소설이다. 요즘 언론들이 기사 쓴 내용 그대로 믿으면 바보 된다. 특히 한국 언론의 경우는 더 그래서 생각하며 기사 읽어야 한다.

오늘 중앙일보에 난 기사를 보자. 2012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5년 반 동안 연휴가 있었던 달과 그 다음달의 이혼율을 비교해 보니 연휴가 있었던 달에 비해 그 다음달은 법원의 이혼 신청 건수가 평균 15% 증가하였다고 하며, 명절 연휴 기간 부부 갈등 증폭이 원인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실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012211?cloc=joongang|home|newslist1big

비슷한 식으로 다른 언론에서 종종 언급하는게 설, 추석 명절 연휴기간 끝난 다음날 법원에 이혼신청 접수 건수가 연휴 전날에 비해 2~3배 증가한다는 기사이다. 그냥 읽기에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기사를 쓰려면 이혼 사유란에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는 설문 조사 통계가 있어야 정당화될 수 있다. 아니면 기자 머리 속에서 나온 주관적인 소설이 되는 거다. 한 가지만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기사인지 금방 추론 가능하다.

명절 연휴 직전 날 관공서 가서 서류 접수하는 사람들은 평시보다 특히 더 적다. 명절 연휴 전날은 놀러 가거나, 다른 일로 바쁘거나 또는 마음이 느슨해서 관공서 갈 일이 적다. 그리고 3일 연휴기간은 법원이 문 닫으니 이혼 서류 접수하려고 해도 못한다. 따라서 연휴 3일간 서류접수 못하던 사람이 연휴 다음날 이혼 서류 접수하니 당연히 그날은 붐빈다. 연휴 직전 날 접수 인원이 평시 대비 대폭 줄은 것까지 고려하면 연휴 3일치의 접수 분량만 늘어나도 연휴 직전 날에 비해서 연휴 바로 다음날은 접수 인원이 4~5배는 늘어야 산술적으로 타당하겠지만 언론 기사에서 2~3배 늘었다는 것은 사실 늘은게 아니다.

유사하게 추론하면 설, 추석 연휴가 있는 달은 연휴 3일 동안 법원이 이혼 서류 접수 쉬어서 다른 달보다 이혼 서류 접수가 15% 정도 주는게 정상적이다. 주 5일제인 법원은 한달 근무 일수를 대략 21일로 계산하면 그렇다. 따라서 연휴 낀 달에 비해 연휴 다음달이 이혼 접수 15% 늘었다면 법원 근무 일수 고려했을 때 실제로는 늘은 게 아니다. 연휴 기간으로 인해 이혼 서류 접수하지 못했던 업무가 그 다음달로 넘어가서 수치상 늘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개가 사람 물었다고 하면 평범해서 기사가 안되고 사람이 개 물었다고 해야 기사가 되는 것처럼, 설·추석 연휴로 이혼이 증가했다 적어야 기사된다. 설·추석에 한번 더 싸운 것으로 하루이틀 뒤 바로 이혼 서류 접수한다고? 아무리 한국인들 급하고 번개불에 콩구워 먹도록 빠르다 해서 싸운 다음날 바로 이혼 서류 접수한다? 이혼 서류 접수하려면 부부 서로의 동의 필요하고, 변호사 선임 필요하고, 재산 분할이니 위자료 청구, 자녀 양육비 부담 등 생각할 게 많은데, 하루 이틀 사이 모두 다 해결하여 법원 이혼 서류 접수 완료? 가능할까?

팩트는 한참 전부터 진행해 오던 이혼 서류 접수에 우연히 설·추석 연휴 전후로 접수 날짜에 병목 구간 유사한 게 생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