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실각'과 '억울한 수감'이다.
미국 CNN 방송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과 이러한 자료를 제공한 ‘국제 법무팀 MH그룹'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고 한다. 내용 전체를 알 지는 못하나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으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켜놓고 있는 등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일부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다.

법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내용을 부인한 것은 물론 '박 전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 6~7명이 함께 쓰는 방을 구치소 측이 개조해 만든 독방을 사용 중'이라며 오히려 특별한 예우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 적은 언론들이 온갖 입방아를 찧고 있다. 종편에서는 시시 때때로 여러 인물들이 번갈아 출연하여 이를 떠들고 있다. 대부분 '수감 시설이나 대우에 별 문제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는 투다. 일반 수감자보다 예우해주는데 대해 불만스럽다는 태도들이다. (박근혜에 호의적인 출연자는 보이지 않는다. 방송에서 그럴만한 사람은 아예 출연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 비록 실각한 대통령이라도 나름대로 예우를 해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현직은 현직대로 전직은 전직대로의 존엄성이 있다.

대통령은 왜 별도의 큰 공관을 제공하는가? 물러난 대통령에게는 왜 비서를 달려주고 경호원들을 배치하는가? 이는 인권적 차원이 아닌 예우다. 즉 자연인으로 돌아왔으나 한 때 국가 원수였던 사람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는 표시다.

특별법을 만들어 단임을 실천한 대통령과 국민 투표로 선출되었던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둘을 한꺼번에 감옥에 넣은 전례가 있고부터 생긴 천박한 민주의식을 벗어야 한다. 이런 문제로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야비하고 비인격적인 행태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이것도 아니다. '억울한 실각'과 '억울한 수감'에 있다. 지금 우리 언론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감옥살이는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지엽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언론이 '탄핵과 옥살이가 억울하다(적어도 억울할 수도 있다는 정도라도)'는 쪽으로 시야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 '차갑고 더러운 감옥'이 부각되면 정작 이러한 본질은 묻히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국내 사정으로는 이를 되돌릴 길이 없어 보인다. 국민들 정서는 물론이고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는 정권적 차원의 밀어붙이기와 언론의 합창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누구의 노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해외 인권 기관이 나서 준 데 대해 만세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모쪼록 기회를 얻었으면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 거듭 지적하지만 '차갑고 더러운 감옥'은 이 시점에서는 부각되어서는 안 될 문제로 본다. 오히려 '감옥이 그렇지 무슨 호텔이냐?'는 식의 비야냥이나 진실 문제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억울한 실각'과 '억울한 수감'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결과가 있는 기회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