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로운 깃발 아래서 싸우다 보면 인물이 나오고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리라 확신합니다 아직도 보수는 자신들이 다수라는 멘탈리티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다 끌어 모아도 소수파란 것이 지난 대선에서 명확히 드러났는데, 모이면 승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문화 학원을 빼앗기고 이제 국가 기제를 움직이는 사법, 행정을 탈취당한 터에 뭘로 이길 건지에 대한 생각도 없는 자유한국당을 쳐다 보고 있는 것은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 끌어 모아도 소수임을 자각한다면 합당이니 박근혜 출당이니 하는 도끼자루 썩어가는 줄 모르는 짓거리는 않겠지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원하는 것을 찾아 서로가 매진할 때 단결(Unity)은 이루어지고 정치적 파워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율배반의 인간들이 100명에서 열댓 명 더 모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보수의 바닥 민심이 무엇인지를 알면 답이 나오고 길이 보이는 것입니다. 보수의 바닥 민심은 '잘못된 탄핵을 바로잡자'입니다. 또한 이것은 대한민국 보수 역사상 전무후무한 태극기 시위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런데 탄핵이 결정되고 대선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이 엄청난 원동력을 잊고는 대동단결이란 명분하에 자유 한국당이 중심에 섭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당이 머릿수만 많다고 힘이 생길 리도 없고 지지층을 이끌 수도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 아니겠습니까?

나는 이 잘못된 과정 속에서 신문 기자 출신 논객들의 어리석음을 목도하였습니다. 내로라 하는 거물들이 "박근혜는 빨랑 잊고 보수는 모이자."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누구누구는 오락가락이거나 모호합니다. 평생을 정치판에 있어서인지 정치 공학의 촉수는 비상하고 자기들 주장이 곧 민심인 걸로 착각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요즘 대변할 언론이 없는 보수진영에 주로 언론인 출신들이 운영하는 무슨무슨 TV가 많은 것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합니다. 일종의 교양주의, 즉 문화적 고급화(Cultural Gentrification)가 휩쓸어 자칫 문화적 생태계(Cultural Ecology)를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입니다. 바닥의 소리는 없고 고담준론만이 들리는 어항의 세계가 될까 두렵습니다. 지금 보수가 '잘못된 탄핵은 바로잡자'는 민심을 잊은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잘못된 탄핵을 바로잡자'의 깃발 밑에 모여야 합니다. 이 깃발 아래서 미친 칼춤을 추어야 합니다. 좌고 우고 보수고 진보고 가릴 필요 없이 이 깃발 하나로 모이고 광란의 투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깃발을 문화계에 꽂고, 학원에 투척하고, 법과 행정의 심장을 겨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보수의 원조 선베들은 반공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 무쇠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반공의 깃발은 알량한 지식인이 세운 것이 아닙니다. 선배들은 그 깃발 아래서 무수한 피를 흘렸습니다. 보수는 다시 야성의 시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는 필사의 투지를 살려야 합니다. 이 새로운 깃발 아래서 싸우다 보면 인물이 나오고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리라 확신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