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착한 사람들에 의해 이어가는 게 아니라 강한 사람들에 의해 이어가는 것이다. 존칭은 생략한다. 나도 박근혜 한국당 출당은 반대한 사람이다. 탄핵에 앞장서고 우르르 몰려 나갔던 자들,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박근혜 이름을 지워야 한다는 논리에는 전적으로 반대해 왔다. 내가 전지전능한 존엄이라면 그런 통속의 인간들은 쓸어다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게 누구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한다. 절개를 지키려면 '두문동'으로 들어가던가 어느 선비처럼 자결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도 못한 인간들이 선명성을 얘기하고 있으니 가소롭다. 더군다나 그렇게 한들 이야기만 남을 뿐이지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며 맞서고 있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그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차라리 그의 충절을 지켜주기 위해 태극기를 드는 것은 어떠한가? '한 사람을 믿었다가 배신으로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라고 한탄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배신자가 어디 그 한 사람뿐인가? 누가 누굴 배신한 것인가?

박근혜가 보수우익의 본류라고 하는 데는 나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국가든 회사든 단체를 이어나가는 데는 본류가 마땅찮으면 다른 이를 세운다. 이건희도 셋째 아들이요 세종도 셋째 아들이다. 태종이 적자 양녕대군을 후사로 세웠더라면 '성군 세종대왕'이라는 존재는 없다.

박근혜는 다 망쳐놨다. 그가 착하고, 정직하고, 청렴결백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재인도 아마 속으로는 인정할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일이 그르치게 된 화근일 수도 있다. 역사는 착한 사람들에 의해 이어가는 게 아니라 강한 사람들에 의해 이어가는 것이다.

역대 지도자 중 부동의 으뜸으로 여겼던 박정희가 노무현보다 못하다는 지지율 보도를 보고 그날 나는 잔뜩 취했었다. 오보였으면 좋겠지만 술이 깨고 났으나 역시 현실이었다. 촛불 정변으로 박근혜만 잘못된 게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가 떠내려 가고 대한민국이 떠내려 가고 있다. 건국의 아버지는 통일 훼방꾼으로, 근대화의 아버지는 친박 동네 서낭신으로 추락하고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보수 우익이여, 박근혜 붙잡고 어쩌자는 것인가? 하늘을 탓하랴. 벼락을 탓하랴? 박근혜는 누가 출당을 얘기하기 전에 스스로 조용히 당적을 버렸어야 했다. 그인들 자기를 탄핵시키는데 앞장선 당에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앙심으로 세상을 보다가 망하고 그 앙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범의 새끼가 하이에나에게 당한 치욕일 뿐이다.

박근혜는 정권을 되찾은 후 명예를 회복해 주면 되는 일이다. 박근혜를 세워 정권을 되찾을 수는 없는 일이고, 정권을 되찾지 못하고 이대로 대한민국이 쓰러진다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되고 만다. 박근혜는 이미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한다면 차라리 이 정부가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듯하다.

[트럼프는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하나를 어찌하지 못해서 저러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 때문이다. 한국인의 안전이 염려되어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곧 한반도는 새로운 운명의 순간이 닥칠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보수우익의 구심은 여의도에 있어야 하는가 서울 구치소에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