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다. 우리가 할 말을 미국 대통령이 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은 어쩌면 무조건적 평화주의에 쩔은 한국에 대한 마지막 경고일지 모른다.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명연설이었다. 그러나 부끄러웠다. 우리가 할 말을 미국 대통령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훈계하는 듯한 느낌마저 없지 않아 몸둘 바를 몰랐다. 때로는 친북좌파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여 가슴이 후련한 가운데, 트럼프 말마따나 그렇게 성공한 우리가 왜 남의 대통령으로부터 저런 말을 듣는 지경이 되었을까 싶어 자괴감까지 우러나왔다. 이 현실을 좀 비약하여 말하자면 우리는 마침내 자존심도 없는 민족이 되고 말았다 하겠다.

북한의 핵 협박 아래서도 전쟁은 안 하겠다는 나아가 미국이 하려는 전쟁도 막겠다는 이 나라를 보고, 이 나라를 깔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트럼프의 저런 연설도 가능했을 것이다. 중국이 듣는 데서는 한미일 동맹은 안 된다 해놓고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라 하는 국가의 어디가 믿음직하여 저런 연설을 안 하고 넘어가랴.

우리는 잘 살게 되자 숭무(崇武) 정신부터 내다 버렸으나, 팍스 로마나 시절에도 로마는 이런 말을 하며 살았다 한다 “戰士로 富를 만들 수는 있지만 부로 전사를 만들 수는 없다.”-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번 트럼프의 연설은 어쩌면 무조건적 평화주의에 쩔은 한국에 대한 마지막 경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