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만 무섭고 다른 불은 무섭지 않다는 뜻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은 복잡한 것 같아도 지극히 간단하다. '의사 불통'(구체적으로 말하면 그에 따른 공천횡포)에 불만을 품은 국회의원들 29명이 야당의 탄핵발의에 동조함으로써 탄핵결의가 국회에서 통과되고 이게 헌법재판소에서 구색요건을 갖춰 통과된 것뿐이다. 그 외의 온갖 혐의는 과거 전 대통령 누구에게나 있던 건수를 굳이 드러낸 것뿐이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가만히 관찰하면 불통 대통령에서 더 나아가 먹통 대통령이다. 21일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에도 불구하고 홍종학 중소벤처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게 대표적 사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홍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유독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을 비판했던 대표적 친문(親文) 정치인으로 격세(隔世) 상속과 증여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맹비난했다. 그 경우 세금을 크게 올리자는 법안까지 제출했다. 그런데 장관 후보로 청문회에 선 그가 바로 그런 행위를 해 온 사람으로 드러났다. 10대 딸에게 격세 증여를 받도록 하고 증여세를 부모가 빌려주는 것으로 처리했다. 특목고를 비판하고서 제 딸은 특목중에 보냈다. 과거 저서에서 중소기업인들의 학력을 비하하는 듯한 말도 했다.”

그러면서 임명 시에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있다”는 도대체 대통령 수준의 말인지 3류 점쟁이 수준의 말인지 모를 발언을 했다.

취임사에서 약속한 협치, 탕평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제 코드에 맞으면 그 아무리 오물 투성이라도 면죄부를 주고 있다. 헌법상 규정된 국무총리의 업무를 수행하여 실세 총리가 되겠다던 총리는 실세는커녕 그림자조차 희미하다.

이 정도면 불통을 넘어 가히 먹통이다. 그러면서 전 대통령을 불통이라 나무라는 건 똥 묻은 대통령이 겨 묻은 대통령을 나무라는 것 아닌가? 촛불만 무섭고 다른 불은 무섭지 않다는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