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의 거짓과 조작은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춰가고, 이제 경제 수준만 맞추면 南과 北은 동질성 회복에 성공하는 셈이다. JTBC가 입수하였다는 소위 '최순실 태블릿 PC'를 검찰이 뒤늦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검증 의뢰한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이 태블릿 PC가 최순실 씨의 것이 맞다고 주장하지만 딱 부러지게 증명되지는 못하는 듯하다. 국과수 결과도 뒤집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우선 이 태블릿 PC를 확보한 검찰은 계속 공개를 꺼리며 미적거리다가 뒤늦게야 국과수에 넘긴 사실도 납득하기가 어렵고, 무엇보다도 최순실 씨는 이 태블릿 PC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그녀의 사진 몇 장 든 것을 근거로 JTBC 측과 검찰은 기어이 그녀의 것이 맞다고 우긴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국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지난 9일 최순실 씨는 법정에서 태블릿 PC가 공개되자 “오늘 태블릿 PC를 처음 봤고 사용한 적도 없다. 고영태의 기획에 검사님들이 일부 가담하거나 JTBC가 국정 농단을 한 것이 아닌가 1년 동안 의심하며 (공개를) 요구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최순실 씨가 미운 존재로 낙인이 찍혔다고 해도 당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진술과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이 태블릿 PC가 자기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주장하고 검찰이 증거라고 내놨지만 그녀의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 우겨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거짓과 억지가 횡행하는 세상이라 제정신 가진 국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지럽다. 5·18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前 육군 참모총장이 전두환 前 대통령과 5·18은 무관하다고 공개 증언을 하는데도 기어이 '5·18은 전두환 작품'이라고 우겨 정설로 만들었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에서는 살아 있는 북한 공작원 출신 김현희도 가짜라고 우기고 공영 방송 KBS를 비롯 지상파 방송에서 몇 차례나 의혹을 제기하는 방송을 했다. 가짜로 믿는 국민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거짓과 조작이라면 역시 북한이다.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는 지난 19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원래 거짓 역사로 이뤄졌고 거짓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했다. 그의 증언이 아니라도 북한의 역사와 일상생활의 거짓부렁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런 북한을 닮아가려 몸부림치고 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가짜라는 주장은 단순한 의혹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으로 죽는다느니, "천안함 폭침도 자작극 내지는 美 잠수함과의 충돌이다" 따위의 주장이 아직도 살아 있다. 그런 주장을 해온 무리들이 한 번도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거짓과 조작이 자유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 나온 어느 심리학자가 말하기를 가짓이 일상화되면 사람들은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진다고 했다.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스스로도 그것이 참인 줄 믿거나 유머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었으니 참으로 유머러스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거짓과 조작은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춰가고, 이제 경제 수준만 맞추면 南과 北은 동질성 회복에 성공하는 셈이다. 집요하다. 현대자동차가 수출물량을 맞추려 생산을 좀 더 늘리려 하자 노조 측에서 공장 가동을 거부하고 쇠사슬로 생산라인을 묶어버렸다고 한다. 인민공화국 특권을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