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大選)을 앞두고 낸 책에서 월남이 패망한 데 대해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또 한 방 날렸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있던 수십 억 지구인들의 기다림을 실망시키지 않고 오늘 새벽 북한이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날렸다. 국내 언론들은 아침 일찍부터 이를 알리느라 부산을 떨었다. 외신들도 타전하기에 바빴다.

"北미사일, 워싱턴 DC·트럼프 별장 플로리다도 타격권"
"北미사일 ICBM급 정상 각도로 쏘면 백악관도 타격 가능"
"한반도 정세는 다시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었다"

김정은이 금세기 최고의 흥행을 벌이고 있다. 1차적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최종 목표는 한반도 적화통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목표가 대단하니 '오프닝 세레모니' 또한 대단하다. 과연 성공에 이를지 실패로 끝날지 결과는 아직 알 수가 없으나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데까지는 대성공인 셈이다.

관계자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포기 때까지 강력한 제재·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으로 어떻게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김대중의 햇볕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다짐과는 어떻게 융합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大選)을 앞두고 낸 책에서 대학생 때 '미국은 부도덕적이고 제국주의적'이라며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패배와 월남 패망을 예고했다'는 리영희의 논문을 보고 공감했다면서 결국 월남이 패망한 데 대해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미국은 베트남의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해 참전했다. 이것이 '부도덕적'이고 '제국주의적'이라면 한국 전쟁(6·25) 참전도 다를 게 전혀 없다. 전쟁이 끝나고도 철수하지 않고 있는 지금 주한미군의 존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당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반성의 취지로 이 글을 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한 때까지 이런 생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의 다짐을 스스로 확인하려는 의미와 독자(또는 지지자)들에게 주려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월남에서 마지막 한국 공사를 지냈던 이대용 씨는 월남 패망 이유를 이렇게 증언했다.

"월남은 힘에 의해 망한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는 물론 정부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국가의 온 신경망을 장악한 간첩들에 의해 망했다. 그 간첩들과 공산주의자들은 하나같이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 인도주의자로 위장해 민족공조를 내세워 反美를 외치고 선량한 국민을 선동해 극성맞은 데모를 주도하며 대중 기반을 넓혀 나간 그 선동주의자들에 의해 망했다."(月刊朝鮮)

한반도에서 또 한 번의 희열을 느끼고 싶은 것은 아닐까?

[묘하게도 오늘 국정원이 기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하며,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 정보위에 넘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국내 잠입 간첩이나 자생 이적세력의 발호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업무를 검찰이나 경찰에서 하면 된다는 설명이 있겠지만 국정원을 떠나 업무가 흩어지면 대공수사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치 개입을 막겠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는 이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보다는 국가 存亡(존망)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