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지진 일어난 것도 그들 탓으로 여겼다. 대한민국의 모든 적폐는 이명박과 박근혜 때문인 듯 선동하는 것과 어쩌면 이리도 같을까? 「유자광이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구절마다 풀이해서 아뢰기를, '이 사람이 감히 이러한 부도(不道)한 말을 했다니, 청컨대 법에 의하여 죄를 다스리시옵소서. 이 문집(文集) 및 판본을 다 불태워버리고 간행(刊行)한 사람까지 아울러 죄를 다스리시기를 청하옵니다'」(연산군일기)

무오사화의 서막이다. 지금 국정원이 컴퓨터 메인 서버를 들여다 보고 필요한 부분을 뽑고 사족을 달아 검찰에 고자질(넘기는)하는 상황을 연상하게 되는 대목이다.

〈조의제문〉은 항우에게 죽은 초나라 왕 의제(義帝)를 애도하는 글로 이는 세조가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를 빼앗은 것을 빗댄 글이었다. 세조를 욕보이는 것은 세조의 직계손인 연산군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글을 지은이가 김종직이고 김종직이 죽은 후에 그의 제자 김일손이 사초에 넣은 것이다, 이를 이극돈이 알고 유자광을 사주하여 연산군에게 일러바친 것이다.

이극돈은 사초를 정리하여 책으로 펴내는 일을 맡자 이러한 사초 내용을 들여다 보고는 실록청 어세겸(魚世謙)에게 알리고 연산군에게 고해 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어세겸이 머뭇거리자 다시 유자광을 찾아가 사주하였다. 이극돈은 김일손이 자신의 비행도 사초에 기록한 것을 알고 앙갚음을 하기 위해서였다. 무오사화의 발단이다. 연산군일기에서는 그 전말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극돈은) 도량이 협소하고 성격이 또한 너무 까다로워 털끝만한 일도 파고들었다. 일찍이 《성종실록》을 수찬(修撰)하면서 김일손이 자기의 악행을 쓴 것을 보고 깊이 원망을 품고 있다가 선왕(先王)의 일에 결부해서 유자광(柳子光)을 사주하여 이를 고발하게 했다. 이로 인하여 사류(士類/선비들)를 죽이고 귀양 보내기를 매우 혹독하게 했다. 그리하여 그때 사람들이 무오사화(戊午士禍)에는 이극돈이 수악(首惡/악당 우두머리)이라고 말했다.」(연산군일기)

유자광은 원래 성정이 방종 패악한 데다가 김종직이 살아 있을 때 안 좋은 감정이 있던 차에 이극돈이 찾아와 사주를 하자 이를 받아들여 연산군에게 고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연산군일기에는 유자광에 대해서 「성질이 음흉하여 남을 잘 해쳤고 재능과 명예가 자기 위에 솟아난 자가 있으면 반드시 모함하려고 하였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 이 정부에서 설치고 있는 자들 중에는 이극돈이나 유자광 같은 자들이 여럿 눈에 띈다.

이처럼 무오사화는 왕조실록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긴 이극돈이 개인적 앙심 해소와 정적 제거를 목적으로 사초 내용 중에 임금이 알면 피바람을 일으킬 내용을 찾아 고하면서 발단이 된 사건이다. 조선 왕조에서는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임금도 사초를 보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었다. 이를 어기니 사달이 난 것이다.

연산군은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집요하고 거친 면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은 왕권 국가이기는 했지만 그 왕권을 받쳐 주는 힘은 양반관료에게서 나왔다. 왕실과 양반관료들은 공존공생(共存共生) 관계였던 것이다. 연산군은 유교적 이념을 중시하는 양반관료들이 왕의 언행을 비판하거나 훈계하려 드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왕권 강화를 모색하던 차에 이런 빌미를 준 것이다. 그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다.

「김일손·권오복·권경유는 대역의 죄에 해당하니 능지 처사(凌遲處死/사지를 찢어 죽임)하고,…등은 난언절해(亂言切害/함부로 말하여 중대한 해를 불러들임)의 죄에 해당하니 (목을) 베어 적몰(籍沒/재산을 몰수하고 가족까지 처벌)하고,…등은 난언을 했고,…등은 난언한 것을 알면서도 고발하지 아니하였으니 아울러 곤장 1백 대에 3천 리 밖으로 내쳐서…」 「(김)일손 등을 벨 적에는 백관(百官/모든 관리)으로 하여금 가 보게 하라. 근일 경상도와 제천 등지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도 바로 이 무리들 때문에 그런 것이다.」(연산군일기 30권)

참으로 참혹한 결말이었다. 그리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지진 일어난 것도 그들 탓으로 여겼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적폐는 이명박과 박근혜 때문인 듯 선동하는 것과 어쩌면 이리도 같을까? 한 사람 왕을 선동한 피해는 일부에 그치지만 대중들을 선동하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