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으로 경제적 치적을 주로 거론하지만, 그는 그보다 중요한 국민의 잠재적 DNA를 일깨워 정신력, 감투정신, 모험정신, 신용, 정직 이런 자산을 일구어냈다. 사람에게는 인격, 인품이라는 게 있다. 인격은 혼자 잘났다 떠든다고 높아지는 게 아니다. 중론(衆論) 즉 여러 사람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좌우한다.

돈이 많다고 우러러보는 것도 아니다. 요즘 어느 재벌처럼 술만 먹으면 사고치는 자는 몰 인격자로 혹평을 받고 있다. 지위가 높다고, 전직 장관이라고 인격이 높고 하급 공무원으로 퇴직했다 해서 인격이 장관보다 못한 게 아니다.

국가도 국격이 있다. 요즘은 국가 브랜드 가치라 해서 모두 경제적 지표로 국격을 평가하지만 실제 국격은 브랜드 가치와는 다르다.

영국의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라는 기관에서 조사하면 우리는 대략 15~16위를 차지하지만 실제 해외에 자주 나가는 사람들이 느끼기엔 이제 우리 국격이 영, 미, 독일 프랑스와 별 차이를 못 느낀다. 단적으로 최근 글로벌 국제교류 전문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발표한 '2017 비자 제한 지수'(2017 Visa Restriction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여권 제한 지수 170으로 10위 내에 올랐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독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일본, 싱가포르뿐이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인정한다. 중국은 브랜드 가치로는 우리보다 상위지만 국격은 한참 뒤떨어진다.

1970년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국격을 논할 자격을 갖춘 나라는 일본 정도였다. 우리 국격이 급격히 업그레이드 된 계기는 물론 88 올림픽 때였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고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흔히 우리는 박정희의 치적을 내세울 때 경부고속도로, 급속한 경제성장, 새마을사업 등 경제적 치적을 주로 거론한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국민의 잠재적 DNA를 일깨워 정신력, 감투정신, 모험정신, 신용, 정직 이런 자산을 일구어낸 것이다. 50년대, 60년대를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리가 당시 정신적으로 얼마나 피폐하고 무기력했던가를…

심지어 당시엔 코리안 타임이란 것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난다고 붙인 용어이다. 농한기가 되면 남자들은 골방에 모여 화투짝을 돌리며 긴긴 겨울을 지새웠다. 엽전식 사고라는 용어도 있었다. 뭐든 핑계만 대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자세를 지칭했다.

이런 부정적 사고를 일시에 불식한 계기가 5·16이었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앞장섰다. 재건의 노래를 불렀고, 정신개조 운동이 시작되었다. 해외에서 국격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외여행자는 반드시 소양교육을 받게 했다.

솔선수범이 되게 대통령이 먼저 절약, 검소를 본보였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한겨울에 청와대에서 졈퍼를 입고 근무하고, 물을 아끼기 위해 양변기에 벽돌을 넣어 썼다.

최초 미국 방문 시에 기자들이 “한국에선 왜 나무젓가락을 안 쓰고 쇠젓가락을 씁니까?”라고 묻자 “우리나라는 산이 벌거숭이입니다. 산림녹화를 해야 하는데 나무젓가락을 쓰면 되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린벨트를 설정해 난개발을 막은 것도 큰 치적 중 하나이다. 경제적 업적, 그것은 박정희의 이러한 정신개조, 총화적 Renovation에서 온 부산물에 불과하다.

국격이 전무한 상태에서 선진국 대열에 끼게 한 업적, 60년대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본보다 못지 않은 국격을 이뤄낸 것이야말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최대 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