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대할 것인가, 우려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며칠 전 한 방송에서 길을 가는 젊은이들을 붙잡고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아느냐고 묻자 대부분 모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사건은 이미 30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갓 태어났을 지금 20, 30대 젊은이들은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물며 그보다도 훨씬 전에 서거한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알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꾸준히 가르쳐왔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교육은 전교조가 학교 현장을 장악한 이후 사실상 맥을 끊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개척정신이나, 그것이 얼마나 숭고했는지를 젊은이들이 모르는 것, 이 또한 당연하다. 이제는 '功(공)7 過(과) 3'이란 말조차 사라졌다.

모든 게 바뀌었다. 김현희나 박정희 등은 이미 잊혀 가는 과거이고, 고영주 전 검사장이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또는 정권 차원)가 뽑은 임종석 비서실장, 윤석열 중앙지검장, 그리고 며칠 전 임명된 최승호 MBC 사장 등이 현실이다.

'임 실장은 '임수경 밀입북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3년 6개월을 복역했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들을 상대로 북한 영상물 사용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며 돈을 거둬 북으로 보내는 일을 하던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는 것이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는 임 실장이나 임수경이 겪었던 옥살이를 '탄압'으로 가르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직속상관의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무시하고 국회에 나와 공개적으로 '같이 일 못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사실상 하극상까지 일으켰던 윤석열 검사는 바로 그 상관이 있던 중앙지검장 자리에 앉았다. 그는 지금 검찰총장도 말리지 못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검찰권을 휘두르고 있다.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가 법원으로부터 거듭 기각되는 것으로 보아 권력남용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이를 '적폐 청산'이라고 한다.

최 사장은 MBC 'PD수첩'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광우병에 특별히 취약하다'라며 '광우병 난동'을 선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당시 나라가 뒤집어지다시피 했다. 시위대가 휘두른 죽창에 경찰의 눈이 찢어지고 머리가 깨졌다. 경찰차는 부서지고 불에 태워졌다. 사실상 내란이었다. 이런 상황을 선동한 자를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에 앉힐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KBS와 MBC 장악을 위한 기존 경영진 내쫓기 수법의 비열함을 목도하면서도, 중앙지검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남용을 목도하면서도, 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매달리던 자들이 권부 깊숙이 들어앉아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국민들은 무덤덤하다. 믿기 어렵지만 여론조사상 지지율은 70%를 넘고 있다.

세상은 확실히 바뀌었다. 박정희보다 노무현이 더 훌륭하다는 세상이 되었다. 박정희는 역사에 묻고 세월이 한참 지난 뒤 후세들이 평가할 일이 되었다. 보수우익의 재건도 사실상 허망한 꿈이다. 역사는 도도히 흐른다. 보수우익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된 것은 그 수명이 다한 때문이다. 지금 좌익의 기운, 사실은 좌익도 아닌 이상한 기운이 대한민국을 덮고 있다. 이들이 자충수로 넘어진들 받을 보수우익은 어디에 있는가? 없다.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정치 모리배들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패를 갈랐을 뿐 그놈이 그 놈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이 들어있는지 알지 못하니 그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은 그의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다. 바람을 너무 불면 풍선은 터질 것이요, 페달 밟기를 멈추면 자전거는 넘어지게 된다. 한국인들은 안으로는 헛바람이 너무 들었고, 바깥으로는 한동안 거침없이 달렸다. 이제 한계에 맞닥뜨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대할 것인가, 우려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