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의 '전쟁 불가' 선언이 미국으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손목 다칠 위험을 잘못 건드려 목을 내놔야 할 상황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중국에 국빈 방문하여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여러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없다. 그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주석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를 합의했다고 한다. 이를 합의하러 갔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수모 따위 다른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가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직간접적인 여러 방법으로 북한을 향해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국제공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협조에 번번이 실패하자 전략 무기들을 동원한 시위에 나섰다. 당장이라도 공격을 할 듯이 말 폭탄과 아울러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강도 높은 한·미 연합훈련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시진핑과 만나 '한반도에서 전쟁불가'를 선언했다는 것은 큰 엇박자다.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문 대통령의 목적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파기에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의문이 풀리게 된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가기 전인 지난 8일 전군 주요 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전환) 조건을 조속히 갖추라'고 당부했다. 물론 다른 여러 당부도 있었었지만 일반적인 내용이고 핵심은 '전작권 환수 준비'로 보였다. 이는 사실상 명령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가서 '한반도 전쟁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작권을 우리가 가져야 북한이 더 두려워한다'라고 했다. 이게 과연 설득력 있는 말인가? 물론 '(전작권을 가져야) 우리 군의 체질과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럴듯한 전제조건을 들었지만 지금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지 않은가?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작권을 놓은 주한 미군 4성 장군 휘하의 大軍이 한국군 장성의 명령에 따라 전쟁을 수행한다? 나아가 태평양 함대를 한국군이 움직인다? 과연 설득력 있는 얘기인가? 지금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한·미 동맹을 깨자는 뜻 아닌가?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결단의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미국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한국에 와서 헬기를 타고 서울과 휴전선 일대 상공을 살펴보고 갔다. 위성으로 보는 북한과 서울의 거리를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갔다. 북한이 공격을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름대로 계산을 하였을 것이다. 한국이 당할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대북 공격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가 있다. 그런데 한국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한국은 한국이고 미국은 미국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동맹정신은 와해되는 것으로 韓·中의 '전쟁 불가' 선언이 미국으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 상황은 김정은의 항복이나 신변에 무슨 변고가 생기지 않는 한 전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기왕에 일어날 전쟁이라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 동맹이 사실상 와해되고 서로 딴생각을 하는 와중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화를 당하는 쪽은 한국이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줄인 한층 홀가분한 전쟁이 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손목 다칠 위험을 잘못 건드려 목을 내놔야 할 상황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통령 뽑는 일에 감정을 앞세우거나 기분내키는 대로 따라서는 안 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