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고시촌에는 50만 명의 소위 공시족 즉 철밥통 보장하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우글거린다. 산업전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1960년대 1970년대 우리나라를 점령한 화두는 '개척정신'이었다. 1960년에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J.F.케네디는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지 물으십시오"라는 소위 뉴 프런티어십을 제창하였고 이게 한국인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오늘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하여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서슴치 않고 조국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1967년 1월17일)라며 개척정신에 희생정신을 강조하였다.

박태준, 이병철, 정주영, 등 창업 1세대들이 '영일만 정신' '사업보국' '이봐 해 보긴 해봤어?'라는 화두로 박정희의 철학에 호응하였다.

어느 역사나 그 역사를 움직이는 인과관계는 먼저 철학과 정신세계가 앞장서고 난 다음에 물질이 따라간다. 괄목할 경제성장의 전위에는 이 개척정신, 희생정신이 온 나라에 비구름이 되어 경제란 나무의 뿌리를 튼튼히 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노량진 고시촌에는 50만 명의 소위 공시족 즉 철밥통 보장하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우글거린다. 산업전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연차 휴가 다 쓰겠다며 이 엄중한 안보위기에 자리를 비운다. 박정희는 어땠나? 필자는 1970년도 중반에 부산 반여동에 위치한 한 섬유공장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일년에 사흘, 여름 휴가차 해운대에 온 박 전 대통령은 하루를 쉬자마자 나머지 이틀 휴가를 취소하고 부산 인근의 공장방문에 나셨다. 나는 창문 너머로 박 전 대통령이 참모들, 부산시장 등을 대동하고 지나가는 걸 직접 봤다.

기업체 분위기도 달라졌다.“하면 된다”는 신념도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달라졌다.
“보신이 상책이다”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IMF가 터지자 보신철학은 전 산업에 확산되었다. 노조활동도 대기업 노조간부는 공무원보다 센 보신주의자가 되었다. 더불어 기업이 창업 2세대가 되자 “열 번 잘해도 한 번 찍히면 사표”라는 공식이 통념화 되었다.

이번 21일에 일어난 제천 화재사고를 보자! 4시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2층 통유리를 깨지 않고 5시 30분까지 기다리는 바람에 무수한 희생자가 났다.

자칫 깨면 나중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도로 책임을 묻게 되니 뭐 때문에 유리를 자진해서 깨겠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소방관이 안일했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물든 좀비 정신이 인명사고를 부추긴 것이다. 그 선봉에는 국가는 존망지추에 처하더라도 내 연차휴가를 찾아먹겠다는 대통령의 좀비 철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보라! 엄청난 국부를 자랑하며 글로벌 콩그로머리트의 절반 이상이 자리한 나라이지만 월급쟁이 좀비가 어니라, 실리콘 밸리의 주역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이게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