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익이 사실상 궤멸된 상태다. 정권은 빼앗기고 정권에 충성했던 사람들은 줄줄이 오랏줄에 묶여 감옥으로 잡혀 들어가고 있다. 씨가 마를 것 같다. 지지자들은 넋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런 상황을 몰고 온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홍준표
김성태
김무성
이한구
유승민
권성동
최순실
박근혜
이명박

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와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같은 업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그의 행적에 대해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는 조금 더 깊이 알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의 구체적인 행적을 들추어 비난하거나 찬양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 운운한 데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기 어렵게 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는 것은 지적해야겠다.

박근혜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살리고 대선 후보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데 이명박이 가로채려 할 때 나는 '새치기'리고 비난했다. 그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결국 대선 후보를 거머쥐었고 당시 좌익 정권 10년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에게 우익에서 누가 나와도 당선될 수 있는 분위기에서 그는 압도적 표 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선 기간 중 불거져 나온 'BBK 사건'은 그의 입지에 큰 흠이 되었고,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난동'에 기가 꺾이고 말았다.

그는 지지자들이 바라던 좌익 청산은 손도 못 대고 업적 쌓기에만 전념했다. 물론 박근혜도 대선 후보 패배 때는 순순히 승복하는 듯했으나 막상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여당 실력자로서 정부 정책 협조에는 미온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권에서 가장 먼저 손댄 '세종시 백지화' 추진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서 결국 무산시키고 말았다. 이런 일과 함께 이미 총선에서의 '공천 살생부 사건' 등으로 벌어진 '친이' '친박' 갈등이 박근혜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탄핵에 앞장선 꼴이니 말이다.

지금 보수우익이 궤멸된 최초의 여건 조성은 물론 김영삼에게 있다. 왜인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을 했기에 여기서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그가 정권을 좌익에게 넘겨줘 길을 터 준 사실만 환기시키고자 한다.

이후 정체를 드러낸 좌익 정권 10년에 국민들은 '역시 구관이 명관'이란 사실을 깨달은 결과로 등장한 게 이명박 정권이었다. 그에게 좌익 청산이라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외면했다. 타고난 기회주의적 성품과 'BBK' 등 여러 흠이 많아 자신감을 잃은 탓으로 본다. 적당히 업적이나 남기고 떠나면 별 후환이 없을 것으로 여겼겠지만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을 몰고 온 데 일조를 한 셈이다.

결론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애국보수세력이 궤멸된 데는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이 세 사람 공동 책임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결정적 계기를 불러온 박근혜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제 살기 위해 우왕좌왕한 卒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역시 책임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를 분명히 해야 그 가능성은 희박하나마 애국보수 재건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명박이 새치기를 하지 않고 박근혜가 미리 정권을 잡고 전교조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을 바로 잡았더라면 성공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더 겸손하고 결연하고 진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사에 김영삼 사진 걸어놓고 이명박 찾아가 농담이나 주고받는 장면이 방송을 타는 것은 필자를 포함한 애국보수 진영에 절망감을 안기고 있다. 방송 토론이라며 김성태를 손석희 앞에 보내 궁상떨게 한 것도 '저게 뭔 꼴이냐?' 하는 탄식이 절로 나게 했다. 이렇게 해서는 보수우익을 결집할 중심도 되지 못하고, 이런 진용으로는 저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는 좌익들의 대한민국 허물기 작업에 대항할 길이 없다. 진정으로 애국심이 있다면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 영입하여 전열을 갖추고 둘 다 물러나라. 욕심부릴 때가 아니다. 이러다 대한민국 없어지겠다.

[이명박은 지금 감옥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순순히 잡혀 들어갈 것인가, 한 판 승부를 벌일 것인가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