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국민들의 성정(性情)을 점점 야비하고 뻔뻔하고 험악한 쪽으로 길들이고 있다. 노무현의 한풀이 칼 끝이 이명박 턱 밑에 다다른 느낌이다. 박근혜 청와대에 이어 이명박 청와대에서도 국정원 특별활동비(특활비) 전용(轉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직무와 관련된 문제야 검찰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엮어도 국민들에게 도덕적으로 큰 흠으로 비치지는 않겠지만 '국고 손실'이나 '공금 횡령' 같은 혐의가 드러나면 국민감정이 결코 온정적일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특활비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관장의 품위 유지비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놓은 것은 이러한 이유도 있는 것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기도 애매한 사소한 지출은 임의대로 할 수도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게 세상에 드러나게 되면 국민들 감정이 결코 좋을 리 없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관행이라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들추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적폐 청산이란 명분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들출 게 아니라 제도를 수정 또는 보완하여 앞으로 재발이 되지 않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제도가 아니라 행위만 따지는 것은 접근이 잘못되었고, 뿐만 아니라 특정 정권의 내역만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그 의도조차 불순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사건이 있었으니 노무현 정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었던 정상문의 특활비 12억 5000만 원 횡령 사건이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 특활비에서 매달 얼마씩 차곡차곡 떼어 따로 모았다. 그는 검찰 진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를 생각하여 모았다고 했다. 그 큰돈을 따로 모으는데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고 이야말로 사적 사용의 목적이 분명한 횡령이었다. 사실은 노무현 일가가 박연차로부터 돈을 받은 것보다 이게 도덕적으로 더 안 좋아 보인다.

국고손실(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이란 엄청나게 무거운 죄명이다. 그런데 국고손실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또 하나 중대한 사건이 있으니 김대중의 대북 불법송금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적장(敵將)의 주머니에 뒷돈으로 찔러줬으니 단순한 국고손실이 아니라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이적행위였다. 당시에도 국정원을 동원했다. 그러나 하수인 몇이 사법처리되었을 뿐 정작 이를 결정하고 지시를 내린 김대중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 돈을 준 대가로 적장을 만나 한바탕 쇼를 벌이고 노벨상만 챙겨간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허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경미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특활비 전용 사례를 들추어 찔끔찔끔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태연히 이런 짓을 벌이는 것으로 봐서 이들을 인간으로 보기가 어렵다.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처럼 탈탈 털게 되면 안 걸릴 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안 그래도 국민성이 별로 안 좋다고 느끼는데 이들이 국민들의 성정(性情)을 점점 야비하고 뻔뻔하고 험악한 쪽으로 길들이고 있다. 이것이 인간 중심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