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5년짜리 임기의 치적을 위해 태극기도 내리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으며 우리 선수를 희생시키고 국민 혈세도 탕진할 것인가?
떡 주고 뺨 맞는다.

북한이 현송월인가 뭔가 하는 여자를 남한에 보낸다 만다 하면서 내놓았다는 소위 ‘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문’이란 것을 조선닷컴에서 읽었는데, 그 언어들이 매를 든 양반의 훈계 같아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근근이 읽어내었다. 내용상 북한은 빚 준 상전이요 우리는 빚 쓴 종이다. 그리고 북한은 자기들이 평창에 오는 것을, 남한이 “치적으로 광고하려는” 것이라고 트집 잡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저러는 걸로 보아 나중에 틀림없이 “남한이 우리를 이용, 자기들의 치적으로 삼았다”는 말을 딱 듣게 생겨 먹었다. 우리 정부가 하는 꼴로 보아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단지 5년짜리 임기의 치적을 위해 태극기도 내리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으며 우리 선수를 희생시키고 국민 혈세도 탕진할 것인가?

북한은 서두에서 “지금 우리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기대와 염원에 맞게 남조선에서 진행되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위해 온갖 성의와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부터가 터무니없다. 여자 하나도 보낸다 안 보낸다 해 놓고, 온갖 성의와 노력을 다하고 있다니. 여자를 보내도 성의와 노력을 다 한 것이고 안 보내도 성의를 다한 것이 되고 만다. 이어서 우리 언론이 ‘대북제재 위반’이라 쓴 것을 갖고 “우리의 대범한 아량과 주동적인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화해 분위기를 흐려 놓는다…”라 했다. 언론자유는 놔두고라도 '북남화해를 대범한 아량으로 해 준다'고 했다. 우리는 남북화해를 지상명령으로 알지만 저것들은 자기들의 ‘아량’일 뿐이다.

억지와 생떼. 생색. 협박. 무례. 가르침으로 점철된 보도문이라 더 이상 소개할 것도 없겠다. 북한의 태도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으나 저렇게나 도가 넘도록 한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북한을 참가시킬 필요가 뭐 있겠나 하는 근본적 물음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래서이겠으나 이번 일로 인해 젊은이들 가운데서 “북한은 우리와 다른 민족”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빗나간 치적 쌓기 때문에 민족 간에 이질감만 더 벌어진 셈이다. 문 정권이 북한에 평창 참가를 구걸하여 얻은 것은 지지율 추락이요 잃은 것은 국가 자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