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이란 이 두 가치는 과연 서로 공존할 수 있을까? 자유를 허락하면 평등이 사라지고, 평등을 유지하려면 자유를 제한시켜야 한다. <知識人들의 사기행각>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이렇게 일어났다. 가톨릭 성직자와 귀족은 전체 인구의 2%밖에 안 되었지만 전체 농지의 40%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러니 평민들이 짊어져야 할 세금이 얼마나 무거웠겠는가?

루이 16세는 미국 독립전쟁을 지원했던 군사비 때문에 재정적 궁핍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악화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전국 신분회의를 소집했는데 제1신분인 성직자, 제2신분인 귀족, 제3신분인 평민 대표들을 소집했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거수기였을 뿐이었다.

이에 평민대표들은 왕의 뜻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국민의회를 구성했는데 이에 격분한 왕은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은 수감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총을 들고 바스티유 감옥으로 들어가 함락시켰다. 이로써 프랑스 혁명의 불길은 타오르게 되었다.

혁명 세력들은 의회를 구성하고 법을 제정하였는데 인권선언 제1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

얼마나 감동적인 선언인가! 그런데 ‘자유’와 ‘평등’이란 이 두 가치는 과연 서로 공존할 수 있을까? ‘자유와 평등’은 누구도 풀 수 없는 딜레마이다. 그 이유는 두 價値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허락하면 평등이 사라지고, 평등을 유지하려면 자유를 제한시켜야 한다. 정치가들은 ‘자유와 평등’을 약속하지만 역사 이래 그런 사회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자유와 평등’은 이미 깨져 있었다.

프랑스혁명에 성공한 주체세력들은 “가난한 민중은 무식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따라서 선거권은 교양이 있고 일정 이상의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왕당파에 맞서 함께 피 흘리며 싸웠던 가난한 평민들은 ‘평등한 시민’의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가들은 서로의 가치가 충돌되는 자유와 평등이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가지고, 그 의미를 잘 몰랐던 가난한 평민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평등과 자유’의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시도했던 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칼 마르크스였다. 마르크스는 영국에 가서 산업현장의 비참함을 보았다. 저임금과 과한 노동으로 일찍 병들어 죽는 사람들과 어린아이들까지 일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는 현장을 목도했다. 자본주의의 악폐(惡弊)를 본 것이다. 그는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두 자녀까지 잃었다.

그는 이 ‘비참한 사람들(Les Miserables)’을 프롤레타리아트라고 불렀는데, 엥겔스도 맨체스터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비참함을 보고 그의 저서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에서 “초라한 몰골의 부녀와 어린이들이 떼를 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그 모습이 쓰레기더미와 진흙탕에서 자라는 돼지만큼이나 더러웠다”고 묘사했다.

마르크스는 어떻게 해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유대교 랍비였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도 토라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다’(신10:14)를 ‘땅의 주인은 국가다’로 바꾸어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차별 없는 세상…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의 꿈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세상’에 있었다. 이거야말로 파라다이스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일하고 가능한 최대로 받아낸다’로 바뀌었다. 왜 그리 되었을까?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것은 종교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유물론사회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가치다. 왜 그럴까?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종교 안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인간의 탐욕은 ‘힘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던 사람들이 바로 종교인들이었는데 마르크스는 이걸 몰랐다.

마르크스의 실패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탐욕(자본주의 사상)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산주의를 외쳤지만 역설적으로 그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인간의 탐욕이었다. 탐욕은 인간의 이념보다 강하다.

프랑스 혁명가들도 마르크스도 ‘자유와 평등이란 이데올로기’로 사기행각을 벌였던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