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말인가? 태극기 세력의 저항은 오래 가지 않았으므로 더 세 보이는 촛불에 붙기를 잘했다는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자존심을 묵사발 내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판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래도 헌법재판소는 ‘법대로 판결했노라’ 우기기를 바라 왔는데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2일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을 배포했는데, 거기서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 하면서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도 했다 태극기 시위 세력에 대해서는 "헌재 앞에서 성난 태극기 진영의 군중이 모여들어 파면 결정의 부당성을 외쳤다. 하지만 그 같은 저항은 오래 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태극기 세력의 저항은 오래 가지 않았으므로 더 세 보이는 촛불에 붙기를 잘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촛불 세력의 입맛대로 재판했다는 자복이며 촛불 정권에 알랑대는 아첨이다. 이제야 헌법재판관 두 명이 훈장을 기뻐하며 받은 게 이해된다. 그것을 아니 받아야 꼬장꼬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고 법률대로 판결했음을 웅변하는 자세이다.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아첨의 명수이다. 촛불과 촛불 정권에 아첨한 것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마저 걷어찬 것이다. 이러니 노무현 씨가 전효숙 씨를 한사코 헌재소장에 앉히려 했던가 본데 헌재는 저렇게 말함으로써 죽은 노무현 씨마저 욕보인 셈이다. 헌재는 여론 눈치 보는 곳으로 믿었던 우리의 믿음이 더 굳어지게 되었다. 백보 양보하여 여론이 세태를 반영한달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이다면 헌재가 있을 필요 없이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재판을 받았던 사람은 자기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불만을 말하며 그렇게 하는 게 이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것이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러한데 헌재는 저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 이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이런 풍경은 2004년 헌재의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에 비판적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건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고 반박했다. 어느 재판관도 재판정 밖에서 불만을 말하는 사람을 따라 다니면서 반박하지 않는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 결과를 밖에서 거론한 것조차 반박했다. 자기 판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헌재는 책 내용에 대해 "민간 용역을 통해 집필한 것으로 헌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고 이치에도 닿지 않는 변명까지 했다. 이치와 논리로써 먹고 사는 자들이 말이다. 헌재 사무처가 공식 발행한 책을 어떻게 외주 제작이니 공식 입장이 아니니 할 수 있는가? 변명치고는 너무나 치졸한데 그렇다면 왜 외주를 주었나? 논리 빛나는 자기들이 쓰면 될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