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이재만 씨는 우는 것 말고 달리 더 할 충성이 없으니 울었을 것이다. 엿도 아닌 내가 개인사를 말하면 읽는 이는 불쾌할 것인데 말하는 나도 퍽 민망하다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니 이해하시기 바란다. 우리 부모는 어려서 각자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일본에 갔고 거기서 결혼하고 살다가 해방이 되자 귀국했다. 그래선지 일상과 언행이 흡사 일본인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울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본인들부터가 울지 않거니와 우는 것을 무척 싫어했으므로 자식에게도 울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울 줄을 모른다. 눈물을 흘려야 할 장소에서도 눈물이 안 나와 괴로웠던 적이 있었고 울어야 할 때에 울지 못해 안타까웠던 적도 있었다. 마치 고문 같았다. 그래서 때맞추어 눈물 흘리는 사람을 예사로 보지 않는다.

조갑제닷컴에서 읽은 김필재 기자의 글 중에서 기억에 남은 게 있다 일본 지진 때 옆에서 땅이 쩍쩍 갈라지고 있는데도 유치원생들이 울기는커녕 오와 열을 맞추어서 조용히 걸어가더라는 글이었다. 마침 그 때 조선일보도 일본에서 유치원생에게 ‘울면 안 된다’는 교육을 더 강화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울어야 할 때엔 목놓아 울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진정 울지 않는 자세 아니랴.

박근혜 대통령만큼 배신에 시달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아버지는 부하의 손에 목숨까지 잃었으니 말이다. 대통령 자신도 그렇다 대통령 재임 때는 물론 탄핵 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배신을 당하고 있다. 인간 박근혜는 배신을 타고 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유충신(必有忠臣)이라고 했다 아무리 배신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은 있는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 비서관 이재만 씨가 재판정에서 박 대통령을 회상하며 울었다고 한다.

주군을 향해 우는 그 이가 바로 충신 아니겠는가? 충과 효는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충효는 천성이라 한다. 지금의 이재만 씨는 우는 것 말고 달리 더 할 충성이 없으니 울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