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고가 꼬리를 물고 터지는 것은 세월호에 못지않은 잘못이 있기 때문일 터인데 백제 멸망의 징조도 아니고 IMF 징조도 아니기를 원한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한 번의 대형 사고는, 스물아홉 번의 작은 사고와 삼백 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은 이후에 발생한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백제 멸망의 징조를 이렇게 썼다.

여우 여러 마리가 궁궐 안으로 들어왔는데 흰 여우 한 마리가 상좌평의 책상에 올라앉아 울었다. 태자궁의 암탉이 참새와 교미했다. 궁중의 홰나무가 울었는데 사람이 곡하는 소리 같았다. 밤에는 귀신이 궁궐 남쪽 길에서 울었다. 서울의 우물물이 핏빛이 되었다. 두꺼비와 개구리 수만 마리가 나무 위에 모였다. 서울의 저잣거리 사람들이 까닭 없이 놀라 달아났는데 마치 붙잡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여. 넘어져 죽은 자가 100여 명이나 되었고, 재물을 잃은 것은 헤아릴 수 없었다. 바람과 비가 갑자가 불어닥쳤고 천완사와 도양사 두 절의 탑에 벼락이 쳤고, 또 백석사 강당에도 벼락이 쳤다. 검은 구름이 용과 같이 궁중에서 동과 서로 서로 싸웠다. 왕흥사의 여러 승려들 모두가 배의 돛과 같은 것이 큰 물을 따라 절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여가(閭家) 개들이 길가에 모여 혹은 짖고 혹은 울고 하다가 얼마 후에 곧 흩어졌다.

망국의 문턱이었던 IMF가 있기 전에도 비슷한 징조는 일어났다. 아시아나 비행기 추락사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팔레스 룸싸롱 화재 사고, 구포역 열차 탈선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고,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대구 가스 폭발사고,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사고, KAL기 추락사고 등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추락사고는 68명 사망,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는 292명 사망,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사망 32명, 대구 가스 폭발 사고는 사망 101명,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502명 사망. KAL기 추락사고 때는 228명이 사망했다.

오늘 오전 7시 30분쯤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13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니 사망자도 늘어날지 모른다. 12월 3일에 낚시배가 전복하여 15명이 졸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묵념까지 하며 국가 책임이라고 했다. 요상한 것은 저 말이 국가 책임이지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말로도 들렸고, 대통령 책임이라는 말로도 들렸다는 점이다. 그 말이 허공에 흩어지기도 전에 제천 참사로 29명이 사망했다. 또 오늘 밀양 화재가 터졌다. 낚시 가서 죽은 것이 국가 책임이니 입원환자가 죽은 것은 대통령 책임으로 계산된다. 작은 사고가 꼬리를 물고 터지는 것은 세월호에 못지않은 잘못이 있기 때문일 터인데 백제 멸망의 징조도 아니고 IMF 징조도 아니기를 원한다.

다만 세월호 때 문재인 씨는 그 유족 앞에 가서 단식을 했다. 지금은 어쩌시겠는지 묻고 싶다. 이 비극의 행진 앞에서 북한과 악수만 하고 있으면 대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