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자와 유키치 "인간 사바 세계의 지옥이 조선의 경성(京城)에 출현했다."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난 후 주도자(김옥균, 서재필, 홍영식 등)는
물론 그 가족들 또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김옥균의 부친과 동생
은 투옥되어 옥사했고, 박영효의 부친도 투옥되어 감옥에서 아사했
다. 홍영식의 부친은 가족들에게 집단 자살을 명령했다. 서재필의
직계 가족들은 위, 아래로 모두 처형당했다.

야만적 처형과 전근대적 연좌제를 지켜본 당시 조선 주재 외국인들
은 경악했다.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는 갑신정변 주도자 및 가족들
의 참극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이 독설을 퍼부었다.

"인간 사바 세계의 지옥이 조선의 경성(京城)에 출현했다. 나는 저
나라를 야만국이라고 평하기보다는 요마악귀(妖魔惡鬼)의 지옥국
(地獄國)이라 평하고자 한다."

저 때의 무식하고 야만적 습성이, 이후로도 1950년대(6·25)에는
'인민재판'의 비극으로 반복되었고, 나아가 오늘날에 와서도 북쪽
은 '극악무도의 인권탄압'으로, 남쪽은 '잔인한 정치보복'으로 이
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문명 세계 추구하며 부국강병에 나서던 100년 훨씬 전에,
우리는 정반대로, 쇄국을 추구하는 동시에 무식하고 야만적이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한국인으로 하여금 부끄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