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하며 이를 직접 지켜본 이의 인증(認證)인 셈이니 주목할 일이고, 후일을 기약할 실마리라도 찾은 듯한 심정이다. "그렇다. 내가 먼저 (변호인단 합류를) 타진했다. 박 대통령 측과 협의 과정에서 이뤄지지는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판이 열리고 있을 당시 헌법재판소 총괄 연구부장 겸 공보관(사법연수원 20기)이었던 배보윤 변호사가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29일 조선일보 게재)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이라는 당시 보도에 대한 뒤늦은 해명이었다.

그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헌법재판소에서만 26년간 근무한 헌법 권위자로 박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고 난 한 달 뒤 헌법재판소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변호사로서 박근혜 변호인단에 합류하기 위해 스스로 타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거부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모두 비켜라 내가 한다'라는 듯 불쑥 나타난 유영하 변호사와 의견이 맞지 않았던 듯하다. 여기서도 '소통 부재'를 보는 듯하여 씁쓸한 기분이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가 합류했더라면 이미 결정된 탄핵을 어쩔 수는 없겠지만 그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형사사건에서 수십 명을 줄줄이 구속시키는 지금과 같은 확장을 막는 데는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검찰의 일방 독주에 어느 정도는 제동을 걸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탄핵소추 의결서는 부실했다'라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법원의 재판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의 의견에 불과한 공소장'을 토대로 작성된 탄핵소추 의결서는 그 탄생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기각되었어야 했다고 읽힌다.

그는 또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헌법 조항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 있지만 권위있는 고위 헌법 연구관의 입에서 직접 거론되니 박 대통령 탄핵은 위헌이라는 절대적 확신을 갖게 된다. 울분이 치솟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보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언론은 탄핵 재판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다"라고 했다. 이 말 뜻은 언론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나댔다는 뜻으로 보이고, 우익에서 주장하는 '언론의 난'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언론의 행태는 이해 부족은 둘째 문제고 아예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좌익들 앞에서 길을 트고 있었다. 한쪽은 덮고 한쪽만 보도했다. 그것도 부풀리고 왜곡시키고 조작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한 필자의 판단은 억지 탄핵소추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의 관철을 선동하고 국민들이 놀아났으며 무엇보다 냉정하고 엄격해야 할 헌법재판관들마저 이성을 잃고 감성에 휩쓸렸다는 결론이다. 이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하며 이를 직접 지켜본 헌법 권위자로부터의 인증(認證)인 셈이니 주목할 일이고, 후일을 기약할 실마리라도 찾은 듯한 심정이다.

이미 광풍(狂風)의 핵은 지나갔다. 이를 바로 잡는 일은 정권을 되찾는 길뿐이다. 만약 그런 기회가 온다면 김영삼 정권 이전으로 되돌려놔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망조는 폭도들을 민주유공자로 둔갑시킨 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에게서 '엄중한 주의'를 들어야 하는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다시 피를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럴 만한 인물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려면 그 길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