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송출하는 TV와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면, 북한 전역은 암흑 천지가 될 것이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는 다 간파하고 있다. 북한 인민의 우상이자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유훈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둘째는, 핵을 보유함으로써 북한 체제 생존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이고 적화통일 야욕을 달성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불벼락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북한 인민들과 부하들에게 핵 보유를 호기롭게 떠벌려 자랑해왔고 절대로 포기할 수 없음을 그간 누누히 강조해 왔는데 지금에 와서 포기한다면 인민들이 겁쟁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결국 권위와 신망을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역대 전직 대통령들이 대화에만 매달려서 실패한 전철을 자신은 절대 밟지 않겠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하는 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북한 핵과 ICBM을 제거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3월 북폭설이 4월로, 이제는 5월까지도 아직 여유는 있다는 식으로 자꾸 늦춰지고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심판의 날이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서 지지도를 많이 상실한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가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뭔가 한 방이 절실한 실정이다. 대북 군사작전에 성공한다면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키고 중간 선거에서 의회 권력과 50개 지방 정부(주지사)도 다수를 점하여 공화당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트럼프의 재선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 북폭은 트럼프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매력적인 정치 수단이니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을 것 같다.

최근 언급되는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의 범주에는 북한 정권의 붕괴나 김정은의 제거는 거리를 두는 것처럼 뉴앙스 상으로 풍기고 있는데 이것이 미국의 확고한 군사작전 방침인지 여부는 불분명하고 시간이 지나야 확인될 것 같다.

대북 군사 작전의 공격 규모나 성격도 북한의 민감한 군사 표적, 최소한 350개를 전부 폭격하여 제거하는 전면적 선제 공격설에서부터, 김정은만 제거하는 참수 작전, 그리고 이제는 김정은의 콧잔등에 가격하는 코피 작전이 언급되고 있다.

어릴 적 동네 애들 싸움에서는, 상대방을 때려 눕혀서 배 위에 올라타거나 상대방의 코에 한 방 날려서 코피를 쏟게 만들면 승패가 가려졌다. 고사리 주먹이지만 콧잔등에 한 방 맞으면 눈에 불꽃이 튀고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져서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군사 전략으로 코피 작전은, 적의 상징적인 핵심 시설이나 장비·전략 물자나 주요 지휘관 중에서 특정 목표물 한두 개를 요절내어 경고함으로써 적국의 최고 사령관으로 하여금 다음 수순은 전면 공격임을 암시하여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전의를 상실하여 굴복하도록 만드는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생존에는 지장이 없는 코피를 터트릴 정도만 미국의 힘을 보여줘도 위협을 느끼고 핵 및 ICBM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북한이 한 대 얻어터지고 코피가 쏟아졌다고 그 화풀이로 서울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임을 미국은 훤히 내다보고 있다. 유일한 우군인 남조선의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여 남조선까지 대북 공격에 가세하는 확전을 김정은이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장담한, 서울이 거의 피해를 입지 않는 대북 군사 공격이 코피 작전과 일맥 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코피 작전을 단행할 경우, 영변 핵시설이나 발사 준비 중인 ICBM 사이트처럼 상징적이면서도 심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목표물을 표적으로 할 것 같다. 코피 작전에 김정은 생명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미국이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륙간 탄도탄 발사장 현장에서 김정은이 참관을 하다가 ICBM과 함께 지옥으로 간다면 일종의 폭탄 세일로 미국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사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코피 작전의 또다른 표적으로 평양 방송국이 폭파되었으면 좋겠다.

방송 매체가 갖는 위력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 방송은 국가의 중추 신경과 같은 존재로, 국가 정책과 나아갈 바를 인민들에게 전파하는 핵심 도구이다. 2차 세계대전 시에 히틀러는 방송의 역할이 막중함을 잘 알았기에 괴벨스란 모사꾼을 선전상 자리에 앉히고 라디오로 독일군의 용전분투를 독전(督戰)하는 한편, 영국의 BBC를 제거하기 위하여 전투기와 V-1과 같은 로켓으로 맹폭을 가했으나 BBC 방송국이나 송출 안테나 철탑을 제거하는 데 실패한 반면, 연합군은 독일의 베를린 방송국을 공중 폭격으로 절단냄으로써 연합국이 승기를 잡는 데 방송이 많은 기여를 하였다.

전쟁 중 처칠 수상은 BBC를 통하여 영국 군대와 국민들을 상대로 33차례에 걸쳐서 항전 의지를 북돋우는 방송을 하였으며, 런던에 망명 정부를 수립한 프랑스의 드골 장군도 BBC를 통하여 적 치하의 프랑스 국민들에게 끝까지 저항하도록 하는 방송을 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독일 국민들까지 BBC를 통하여 전황을 파악할 정도로 방송의 역할은 지대하였다.

방송이 죽으면 중앙 정부의 지침을 알 수 없고 결국 구심점이 사라지게 되며 그 자리에는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인민들의 단결력을 와해시키며 국민들은 사기를 잃게 된다. 평양에서 송출하는 TV와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면, 북한 전역은 암흑 천지가 될 것이다. 불이 안 들어와서가 아니라 중앙에서 내려오는 정보가 소통되지 않는 정보의 까막눈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여전히 살아서 두더지처럼 지하 은신처에 숨어있음에도 인민군이나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김정은과 고위 군 지휘관들이 폭격으로 몰사했다든지, 곧 미군과 국군이 북한 땅을 해방시키러 휴전선을 넘는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게 되고 말이 씨가 되어서 정말로 감격스런 그 날을 앞당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평양 방송의 송출이 멈추도록 방송국에도 토마호크 몇 발 정도는 선물하면 어떨까 싶다. 효과 만점이 될 것이다.

대북 군사 작전의 위험성을 이유로 북폭을 반대해서 내심 문재인 정권의 코드에 맞고 김정은에게 안도감을 줬던 빅터 차의 주한 미국 대사 내정(內定)이 한국 정부와는 사전에 상의 한 마디 없이 취소됐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를 접한 문재인 정권은 당혹스럽고 게다가 철저하게 코리아 패싱이라는 괄시를 받고 있음을 실감했을 것이고, 북한의 김정은의 뇌리에는, 북폭 반대론자를 내치는 것을 보니, 이러다가 혹시 내 명줄이 올해를 넘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한 것 때문인지 몰라도 빅터 차의 낙마 소식 직후에 얼마나 불안했으면,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을 막아달라'고 애원하는 공한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을까!

미국이 겁만 주면서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김정은을 매일 불안에 떨게 하여 실제로 군사 공격을 하지 않고서 사전 경고성 구두탄만으로 말려 죽든지 백기를 들고 나오라는 고도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두더지처럼 주로 야간에 많이 활동하고 평양에서 이동시 자신만의 전용 지하도로만 이동하기 때문에 동선 파악이 어려워서 참수작전이 예상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열상 장비는 사람의 형태는 잡히는데 김정은인지 여부 파악이 만만치 않은 관계로 빈 라덴 사살 작전처럼 공수 특전대를 평양에 투입하여 제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미군 지휘관들 중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오만하고 무모한 생각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하고 싶다. 파키스탄의 한적한 외곽에서 불과 서너 명 경호원의 경호를 받았던 빈 라덴의 경우와, 무장 병력과 정예 경호원 수천 명이 이중 삼중으로 포진하고 신변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평양은 근본적으로 환경이 다르다.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고 투입된 병력이 몰사를 면하기 어렵다. 단순한 개인 화기로 무장한 공수 특전단이 탱크와 장갑차를 상대로 무슨 수로 대적한단 말인가!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작전에 참가한 미군들이 평양을 탈출할 수단도 없다.​

혹자는 군사 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는 2월 8일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 김정은 및 군 수뇌들을 동시에 제거하는 것이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절호의 기회 맞다. 미국이라고 이를 모를까? 그렇지만 미국은 그런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이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사열식장을 폭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보는 이유는, 평양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국가의 경축사절과 평양 주재 18개국 대사(그 중에는 영국과 같은 미국의 우방국이 대다수임)와 군사 무관들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 자리인데 김정은을 죽이기 위하여 우방국 외교관들과 특히 민간인들까지 죽일 생각을 감히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전 인민들이 TV를 통하여 지켜보는 현장을 폭격하면 북한 인민들에게 극도의 증오심을 유발시키고 항전 의지를 심어주게 되는 대단한 역효과을 자초할 수 있다. 물론 김정은과 수뇌부는 제거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순간적인 흥분이나 오판으로 전면전으로 번지거나 예상치 못한 이판사판의 핵 전쟁까지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후세인, 카다피처럼 군부의 힘을 통치수단으로 삼는 독재 국가 원수들은 독재자의 권위를 국민들에게 부각시키기 위하여 자신이 참관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거의 해마다 벌였지만, 미국 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독재자를 폭사시키기에 호기인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는 시점은 피하고 카다피인 경우는 공관을 공습하거나 이라크인 경우는 차라리 전면전을 통하여 제거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북한은 미국이 혹시라도 열병식이 열리는 와중에 참수 작전을 펼치지 않을까 염려하여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수많은 레이다를 가동시키고 평양 인근 상공에 전투기들을 띄워놓고 만반의 대기태세를 유지할 것임은 물론이고 괌이나 항모 전단에서 전폭기들이 발진하여 한반도로 접근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첩보위성들이 이를 포착하고 북중, 북러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 측에 통보해 주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이 시기에 참수작전을 벌이려다가는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전면전을 염두에 둬야 할 것임을 미국도 예상할 것이다. ​

지금까지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장소에서 국가 원수가 암살당한 경우는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이스라엘과의 4차 중동전 8주기 승전 기념 열병식장에서 사살되었는데 이는 적국의 공격이 아니라 이집트 군대에서 쿠데타를 모의한 장교들에 의한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할 것이다.

미국의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 발령받아서 부임하는 미군들에게 가족 동반 금지를 검토하도록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2월 3일(미국은 2일) 보도하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대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우리 모두가 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코피 작전과는 좀 무관한 얘기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한 가지 꼬집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탈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치한 자리에서 중국으로 탈북한 북한 여성들의 인신매매 근절을 중국 정부에 대하여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인데 트럼프가 대한민국 대통령 같다. 반면에 김정은의 비위 맞추는데는 관심이 많으면서 고통받는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외면하고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탈북자들을 청와대로 초치하여 만난적 없는 문재인이 우리 대통령 맞기는 한가? 김정은을 '윗분' 운운하는 것 보면 김정은의 도승지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벌레 소년의 '평양 유감'은 2월 4일 00 시 기준 110만 조회수를 상회하는 랩 폭탄으로 김정은과 남한 내 추종자들을 강타하고 있는데 김정은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건재를 알리고 있다. 과연 그 호사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