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은 곧바로 제거해야 후환이 없다. 청와대가 마련한 헌법개정 시안의 헌법전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빠져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교과서 집필 지침을 내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시안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없고 “중·고교생들이 2020년부터 배울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試案)에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흔히 “종북세력”이 문재인 정부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설마 하던 국민들은 이제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정신을 담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본문보다 더 중요하다. 본문의 조항은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헌법 37조 2항은 “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법률을 만드는 국회는 다수당이 숫자로 압도적이면 얼마든지 법률을 제정해 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를 위해 싸워온 경험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5는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에 맞서기 위해 싸웠지만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4·19도 독재에 맞섰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은 아니었다.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린 프랑스, 미국, 영국이 바람을 일으켜 유럽에 민주주의 토대를 세웠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민주주의 하면 당연히 자유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 좌파정부 즉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자들도 당연히 '자유'를 전제로 한다.

반면 아시아 제국들은 전제주의, 봉건주의, 식민주의에서 민주라는 절차로 바로 넘어왔기에 자유를 위한 투쟁 경험이 없다. 그래서 2차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은 '민주'란 말은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다 다르다.

전혀 민주주의와는 반대인 북한 세습체제도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즉 고려인민공화국을 표방하고 있다. 공산주의의 전형인 중국도 '중화인민공화국'이라 자칭한다.

그래서 단순히 민주주의라 할 때는 그 중에는 공산주의, 독재주의, 사회주의, 시장민주주의를 다 포함한다. 또 체제적으로는 민주체제이지만 사실상 정권교체가 불가능한 러시아, 중앙아시아 제국도 민주를 표방은 하더라도 다수당 점유율이 절대적이어서 바뀌지를 않는다.

진짜 민주주의냐 아니냐는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이 얼마나 자유를 누리느냐에 따라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체제가 아무리 민주주의라도 예컨대 독재자를 비방하는 언론인이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거나 길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면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또 대통령이 말 한 마디 하면 그게 바로 법이 되는 나라들도 수두룩하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나라도 수없이 많다.

그래서 '자유'라는 말이 반드시 들어가야 이러한 공산국가, 일인 독재국가, 일당 독재국가, 권위주의 국가와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제헌헌법 제정 당시에는 이런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에 헌법전문에 굳이 '자유' 민주주의라는 말을 넣지 않았다. 뒤늦게 들어간 건 다행 중 다행인데 무엇 때문에 이를 빼려 하는가?

혹시 문재인이 주장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북한 식 '인민민주주의'에 가까워지려는 것은 아닌가? '사람'은 한자용어로는 곧 '인민'이다.

연방제 통일은 체제가 다른 국가간에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법 집행을 감시하는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이 두 개의 다른 체제를 가진 법을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문재인 정부는 일단 남쪽의 대한민국을 인민민주주의에 가까운 사회민주주의로 바꿔놓고 남북 연방제를 추진하려는 건 아닌가?

그런 저의를 가지고 '자유'를 뺀 헌법개정안을 내놓았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또한 반역이다. 왜냐하면 '자유'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본질적 가치로서 그 어느 명목으로도 이를 억누르고, 능가할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유'를 찢어내려 하는 모든 추종자들은 반역의 공범이다. 그러기에 그런 자들은 공무담임권이 없다.

분명히 발원 색출해서 솎아내야 한다. 이를 어물어물 암묵적으로 넘어가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는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종양은 곧바로 제거해야 후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