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공산화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데 그쳐야지, 거기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망상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월남 공산화의 망령>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자유월남이 패망하고 베트남이 공산화되던 때와 흡사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이러다가 정말 우리도 공산국가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괜한 걱정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베트남 공산화 당시와 지금의 우리 상황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고 본다.

1) 베트남 공산화가 완성되던 1975년 무렵은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시기였고 지구인의 상당 수가 공산주의 체제 하에 편입되었으며, 공산주의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적지 않게 존재하던 시기였다. 공산주의 진영의 위력도 막강했다. 반면 지금은 역사적으로 공산주의가 사형선고를 받은 지 이미 한참 되었고, 남아 있는 공산국가도 몇 안 되며 대세를 거스를 만한 힘도 없어 보인다.

2) 공산화 당시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왕조시대―식민지시대―베트남전쟁(남북전쟁)을 막 겪고 난 즈음에 있었으며, 공산사회주의나 자유민주주의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베트남 국민들은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지를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그만큼 민중을 선동·포섭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반면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70년에 걸쳐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4천 만의 국민이 있다. 이들이 스스로 공산주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절대 다수가 촛불을 응원했다고 해서 걱정들이 많지만, 그들이 대한민국의 공산화까지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전교조가 애들을 빨갛게 물들여놨다고는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도 크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 주사파세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586세대는 중고등학생 시절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인가 하면, 전교조 교육을 받고 자란 지금의 20·30대는 김정은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계는 하되 두려워하지는 말자. 월남 공산화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데 그쳐야지, 거기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망상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올 테면 오라는 배짱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자유를 사랑하는 4천 만의 국민이 있고 세계 유일 최강의 미국이 아직까지는 우리의 뒤를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싸워야 할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절대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도 좋지 않겠나.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온 이상,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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