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이처럼 존엄들이 많은 것은 한국에 사이비 종교가 많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존엄'들을 중심으로 싸우지 말고 이념과 정책 중심으로 대립해야.
한반도에는 존엄이 몇 명 있습니다. 북한에 존엄 가문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재미 있는 현상은 대한민국에도 몇명의 존엄이 존재합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있고 생존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존엄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마음 속에 모시고 사는 추종자들의 존재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존엄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이 아니라 달과 같은 존재입니다.

존엄을 마음속에 모시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 조상을 욕되게 하거나 자신이 믿는 신을 모욕하는 것은 참아도 존엄을 건드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존엄의 권위를 건드리는 순간 얼굴이 흑빛으로 변하며 평생 친구도 적으로 대합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생략하는 것도 용납을 하지 못합니다.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생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존엄에 대해 오류가 없는 완전한 인격체로 인식을 합니다.

그들은 자기의 존엄에 대해 유일성(唯一性)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보수도 딱 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존엄으로 모시는 사람 외에도 보수라는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그러나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 사람들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존엄을 따르거나 그 존엄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사들에게만 보수의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민주주의 운운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존엄만이 민주주의자이고 존엄을 따르고 추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무관하게 존엄의 덕분에 민주적 인사로 자리 매김이 됩니다. 그들은 존엄을 중심으로 태양을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들이지요. 이런 사람들에게서 이성과 합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나 인간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마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민주주의란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으로서의 제도적 민주주의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은 민주주의의 실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과는 정교한 토론이 불가능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구호를 만들어 낙인을 찍고 사실을 과장하고 모방을 잘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토론이 안되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무서운 인상이지요. 평소 온화한 인상을 가진 사람도 존엄을 건드리는 순간 그의 얼굴은 무서운 모습으로 변합니다. 하수구에서 오물이 쏟아지듯 거친 욕설이 뒤따릅니다.그러다 보니 이런 사람들과는 말을 섞지 말라거나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들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가정 내에서, 세대간 대화가 단절되고 친인척 친구간에도 허심탄회한 말들을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에 존엄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일단 북쪽에 있는 존엄 가문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을 포함하여 존엄으로 존재하며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어 이니셜로 열거하자면 K씨, N씨, P씨, M씨 등입니다. 이 정도면 존엄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모시는 존엄이 누구인지 금방 깨달을 것입니다. 이 존엄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분할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분열되어 싸우는 진정한 이슈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쟁점들은 모두 존엄의 가치를 설파하기 위한 명분으로서의 액세서리일 뿐입니다. 존엄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을 현실 세계에서는 빠. 슬람, 사모, 팬 등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광신도가 되는데는 연령이나 학력이나 직업에 관계가 없습니다.

필자는 문 대통령을 맹신하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비관적인 미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하는 경향이 있지만 편집증이 심화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의식 속에 프로그램화된 가치 체계는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마누라도 자식도 친구, 어느 누구도 그 편협된 콩크리트 가치 체계를 허물 수가 없습니다. 극히 예외는 있지만…20년 후 30년 후 이들이 펼칠 한국 사회의 모습이 염려스럽습니다. 나이도 젊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인터넷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요즘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를 이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촛불 광란 때에 어린 것들을 데리고 나와 민주주의 교육시킨다고 인터뷰하는 것을 상기하면 이런 염려는 절대 기우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들이 되고 있습니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확한 언어의 사용,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 결론을 위한 진지한 토론이 존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발아되겠습니까. 민주화 운동을 외쳐 왔던 현 집권 세력들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합니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의사 형성 과정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빠들이 몰려 다니며 사법부를 위협하고 정치인의 발언에 조직적 행패나 부리는 자들이 어떻게 민주주주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하는 정치 행위는 민주주의 실제와 크게 다릅니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존엄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고 집권욕을 충족해 준 댓가로 전리품이나 챙기는 패거리들의 준동일 뿐이지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 이처럼 존엄들이 많은 것은 한국에 사이비 종교가 많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누군가를 맹신하면서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지요. 서양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차대전 후 그런 경향이 출현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씌여진 책이 바로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입니다. 현실 세계에 메시아는 없고 정도령도 오지 않습니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지혜를 모아 차선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런 과정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존엄파들의 행패와 위협은 민주주의의 적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