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을 맞아 차마 못 볼 꼴을 많이도 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남측’과 ‘방남’은 두 눈 뜨고 못 보겠다. 북한 용어를 쓰면 정신부터 적화(赤化)되고 만다.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 비꼬기도 했는데 애초에 그렇게 말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 신문이었던 것으로 안다. 여하튼 평양 올림픽이란 비아냥이 파문처럼 퍼져나가자 정부는 그 진화에 공을 들였다. 그래선지 ‘평양 올림픽’이 언론에서 싹 사라졌다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부른들 그것은 올림픽 폐막과 함께 사라질 말이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잘못된 용어가 있다. '방남' '남측'이 그것이다. 정부가 '평양 올림픽' 사용을 말렸으니만큼 '방남' '남측' 사용도 말려야 한다.

우리 언론은 직전까지는 북한 인사가 한국에 올 때 ‘방한’이라 올바르게 썼었다. 그랬는데 이번 올림픽을 맞아 한국의 모든 언론이 입을 맞춘 양, 일제히 ‘방한’을 버리고 ‘방남’이라 쓰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방남’은 대한민국과 북한을 등가로 놓은 말이자 제삼자의 위치에서나 쓸 말이며 행위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간 것을 우리는 마땅히 방북이라 해야 하지만 북한은 ‘방북’이라 쓰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어법대로 쓰면 될 것을 애써 북한 입장에서 쓸 일이 무언가 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 언론이 우리 스스로를 지칭, ‘남측’이라 하고 있다. 북측. 남측이란 것은 먼 데 있는 중립국가나 쓸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남측이라 해버리니 우리가 우리의 주인이 아니라고 말한 꼴이다. 무엇보다 방남과 남측이란 말은 남한과 북한을 동등하게 이른 말이므로 헌법상으로도 맞지 않는 표현이다. 북한은 우리가 수복할 대상일 뿐이다. 보다 못해 유수의 언론기관에 시정요구문을 보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18대 대선에서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남측 정부'라 발언하자 많은 국민이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후 남측이란 말을 구석진 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쓰기 시작하더니 이젠 언론도 터놓고 쓴다. 이러면 이윽고는 국민도 대한민국이라 말하지 않고 남측이라 말하게 된다. 언어의 파급효과는 이렇다. 북한 용어를 쓰면 정신부터 적화되고 만다.

우리는 ‘일제시대’ 혹은 ‘왜정시대’라 말했고 그것은 공식용어였다. 그 용어로써 무엇을 표현하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음에도 지금은 ‘일제시대’를 버리고 북한 용어인 ‘일제강점기’를 쓰고 있다 컴퓨터도 일제시대라고 타자하면 자동적으로 ‘일제강점기’로 변환되거나 오류를 표시하는 붉은 밑줄이 쳐진다. 이는 누군가가 ‘일제강점기’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평창 올림픽을 맞아 차마 못 볼 꼴을 많이도 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남측’과 ‘방남’은 두 눈 뜨고 못 보겠다. ‘남측’과 ‘방남’으로 우리말을 빼앗긴 느낌이고 영혼이 뻘겋게 잠식당한 기분이다.

학교에 도착한 프란츠는 평상시와 달리 엄숙한 분위기에 놀란다. 아멜 선생님은 평소와 달리 정장 차림이었고, 교실 뒷자리에는 마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선생님은 무거운 목소리로 오늘 수업이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쓰고 수업이 끝났음을 알린다.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