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엔 전혀 '암울'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훨씬 희망차고 역동적인 시대였다. 암울은 그런데 갖다 붙이는 단어가 아니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 인터넷 판에는 류근 시인이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의 당사자가 고은 시인이라고 밝혔다는 기사를 냈다. 류 시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는 내용을 보면 이미 고은의 젊은 여자를 더듬는 버릇은 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것으로 지금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만행을 보고도 '대가(大家)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한 사람들도 있었다'라고도 했다.

고은 시인은 문학뿐 아니라 南北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김대중 회담 때는 그들 앞에서 즉석 시를 써 낭독하는 영광도 누렸다. 매년 노벨상 수상 소감을 준비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듯한 지성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 그가 이런 지저분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문학·언론계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는데 모두들 감싸고 있다가 한 여성 시인의 참다 참다 더는 못 참은 폭로로 이제야 세상에 드러났다는 것도 충격이다. 그것도 폭로는 이미 1년 전에 있었는데 그때는 관심도 안 보이던 언론들이 최근 'MeToo' 시류에 끼워 넣은 것이다.

이게 바로 적폐다. 제때에 고쳐져야 할 것들이 무슨 이유에서든 고쳐지지 않고 쌓인 것 말이다. 그들 문학계나 언론계에서는 비밀이 아닐 정도로 진작에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여태껏 쉬쉬하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겁하고 부정직한 사회였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는 때마다 기자들이 그의 집 앞에 장사진을 친 것을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정의를 부르짖던 그들의 행태를 생각하면, 아 정말 그 낯짝에 침을 뱉어주고 싶다.

이 기사에서 또 한 가지 적폐를 지적한다. 기자는 이 기사를 쓰면서 고은을 <70년대엔 암울했던 독재 시대에 반기를 드는…>이라고 소개했다. 고은의 지저분한 막장 인간성을 지적하는데 '독재 시대'가 왜 나오나? 그리고 기자의 사진을 보니 그 시대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암울했던 독재'를 습관처럼 쓰는 듯하다. 이것도 적폐라면 적폐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봤다. 전혀 암울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훨씬 희망차고 역동적인 시대였다. 암울은 그런데 갖다 붙이는 단어가 아니다. 특히 고은은 후배 여성 문학인들을 희롱하며 한세상 잘 살았는데 무슨 암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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