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대법원 판사 교체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018년에는 대법원 판사 4명이 바뀌게 된다.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등의 임기가 2018년에 끝난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이미 3명의 대법원 판사가 교체되었으며 그 중에는 우리법연구회 회원 출신과 국제법인가를 연구한다는 사조직의 조직원 2명이 포함되어 있다. 2018년에 새로 지명되는 대법관 4명이 이런 성향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의 청문회를 보면 청문회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망신 좀 주고, 당사자는 자신의 과거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는 선에서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소리를 지를 필요도 없고 사과를 받을 필요도 없다. 많은 증거를 확보하여 조용하게 검증을 해야 하며 부적격 사안이 발견되면 냉정하게 내쳐야 한다.

1988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그해 7월쯤에 로버트 보크(Robert Bork) 순회고등법원 판사를 대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청문회가 있기 전 거의 두 달에 걸쳐서 언론의 치열한 검증이 있었다. 두 달 후부터 의회에서의 청문회는 2주일에 걸쳐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보크 판사의 적경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청문회가 열렸다. 수많은 증인들이 의회의 증언대에 나서서 보크 판사의 도덕성과 윤리, 판결 성향 등에 대해 증언을 하였다. 그의 비서로 근무했던 사람은 물론 동료 판사와 학교 동창까지 증인대에 불러 철저하게 검증을 했다. 공영 방송인 NPR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아침부터 자정까지 청문회 과정을 실시간 중계를 하였고 수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시민들을 상대로 그가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춘 지명자인가에 대해 여론 조사도 하였다. 그의 청문회에 대한 공식 기록은 6500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그는 결국 대법원 판사가 되지 못했다. 너무 극우적인 판결 경향이 문제가 되기도 하였지만 그 당시 의회를 지배하고 있던 민주당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판사 한 명을 인준하는데 미국은 왜 이처럼 거의 두 달 반 동안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요란을 피웠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극우적인가 진보적인가에 대한 그의 판결 성향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시민들은 대법원 판사가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사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참으로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판사들이 사사로운 조직을 만들어 압력 단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동료 판사의 판결을 두고 적폐 세력이라고 참견하는 것도 그렇고, 판결도 하나의 정치 행위라고 궤변을 늘어놓은 사람들도 사법부에 있다. 대통령을 두고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말했던 자가 있는가 하면, '뼛속까지 친미·가카 빅엿' 등으로 조롱했던 인물들도 판사 노릇을 했었고 지금도 판사 노릇을 하고 있다. 그것을 단순한 표현의 자유라고 강변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그런 언어들이 이념의 대척점에서 감행하는 우파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

이런 성향의 판사들이 한국의 최고 재판소를 점령하는 날 한국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존재하는 조직은 대법원과 군대 조직뿐이다. 대법원이 좌경화되고 군대 조직의 정신무장이 와해되는 날 한국의 운명도 끝이 난다. 그래서 금년에 교체되는 대법원 판사 자리에 누가 지명되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대법원 판사 교체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증거 수집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후보 가능성이 있는 판사나 변호사들에 대한 검증 자료들을 조사하여 축적해야 할 것이다. 적격성 여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미리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적어도 법원내에서 사조직을 만들어 압력 단체 노릇을 했던 인물들은 절대로 대법원 판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들은 개인의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조직의 논리로 대한민국의 법률을 농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대법원 판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적당히 사과나 받고 인준해 주는 미온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야당으로서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2018년 자유한국당이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바로 대법 판사에 적격한 인물을 골라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