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간에 우정만 과신하고 이를 이용해 먹으려고 의리를 지키지 않으며 고난이나 위험을 함께 짊어지려고 하지 않으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평창 동계 올림픽 종목 중 여러 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실시되는 단체 경기인 스피드 스케이트 팀추월(TEAM PURSUIT) 여성부 경기에 출전한 3명의 우리 선수들은 예선 경기에서 당초 좋은 성적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예상과 달리 출전한 8개국 중 7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여자 팀추월 경기는 400m 트랙 여섯 바퀴를 완주한 3명의 같은 팀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에 들어온 선수의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완주 시간이 계산되어 상대 팀의 그 시간과 비교하여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각 나라 선수들은 마지막 도착 선수의 랩 타임(LAP TIME)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3명의 선수간의 주행 간격이 거의 없이 밀집된 상태로 순차적으로 종착점을 통과하게 된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선수가 아무리 좋은 기록을 낸다고 해도 남은 한 명 선수의 기록이 경쟁 팀에 못 미치면 결승 진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행 중에 기록이 좋은 선수들이 그에 못 미치는 선수를 격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이 달리는 선수가 낙오하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3명의 선수 중에서 체력이 강한 선수를 선두에 내세워서 나머지 두 선수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힘을 소진한 선수는 뒤에서 달리도록 서로 협력한다. 앞에 달리는 선수의 속도가 뒤처지려고 할 경우 그 때마다 뒤에서 달리는 선수가 앞 선수를 살짝 밀어주는 힘을 보태서 가속(加速)을 도와 주는 등 완주시까지 서로 협동심을 발휘하여 3명의 선수가 동일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관건이 된다.
금번 올림픽 예선 경기에서 모든 나라의 출전 선수들이 자기 팀 3명의 선수가 밀집대형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과는 달리, 우리 여자 선수들은 2명의 선수는 일찌감치 결승선을 통과한 반면, 마지막 선수는 앞선 두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한참 뒤늦게 들어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나중에 전해진 바에 의하면, 앞서 들어온 두 선수는 같은 대학 선후배 관계인 반면에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는 출신 학교가 달랐고 이로 인하여 파벌과 알력이 형성되었고 시합 전 합숙 기간 동안에 3명의 선수가 함께 모여서 연습한 적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여자 팀추월 팀의 난맥상을 보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많이 닮은 것 같다.
한반도라는 동네의 남과 북에는 형제가 따로 살림을 꾸리고 살고 있었다. 북쪽의 동생은 하는 짓이 양아치 같아서 편의상 양아치로 부르기로 한다. 양아치는 남쪽의 형 가족을 몰살시키기 위하여 치명적 무기인 '살인 광선탄'을 만들어서 남쪽 형은 물론이고 저 멀리 바다 건너 전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카우보이 동네까지도 전멸시키겠다고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양아치를 좋아하는 이웃은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그나마 북극곰과 붉은 팬더로 불리는 덩치 큰 두 이웃들이 한때는 이 양아치의 후견인 역할을 한 적도 있고 이들 못난이 삼형제는 싸울 때는 서로 조건 없이 도와주자는 언약을 맺고 각서같은 것을 주고받은 사이인데다가 북극곰이나 붉은 팬더는 평소 라이벌 관계인 카우보이가 전 지구촌을 설치고 다니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카우보이와 맞서 싸우려는 양아치를 겉으로는 야단치는 척 했지만 내심 대견하게 생각하고 은밀히 도와주고 있었다.
한반도라는 집안은, 조상 때부터 집안 싸움으로 날을 지새면서 마을을 발전시키는 데나 마을을 지키는 무력 증강에 무관심하다가 원숭이라고 비웃던 이웃 섬마을에 정복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원숭이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섬마을은 스스로 사무라이라고 칭하고 일찍이 선진국의 발달된 문물을 도입하여 산업이 융성하고 힘이 강해지자 겁없이 카우보이에게 도전을 했다가 인류 최초로 카우보이가 투하한 광선탄의 폭격을 받고 항복을 하게 이른다. 카우보이는, 섬 마을이 스스로 사무라이는 협객 칭호를 사용하는 데 대하여 이웃 마을을 힘으로 눌러서 정복한 자는 협객이 아니라 범죄조직일 뿐이니 야쿠자라고 명명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때까지 야쿠자가 점령했던 한반도 동네를 해방시켜 줬다.
카우보이의 개입으로 거듭난 야쿠자나 해방된 한반도는 공히 카우보이의 보호를 받으며 친구가 되었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양아치는 약탈을 일삼던 범죄 조직인 북극곰과 붉은 팬더와 같은 편이 되어 한반도를 중심으로 두 진영간에 대치 상태를 맞게 된다.
한반도 주변 마을 중에 전쟁 무기의 종결자인 살인광선탄을 보유한 곳은 카우보이와 북극곰, 붉은 팬더 3개 마을 뿐이었는데 겁이 없는 양아치도 비밀리에 이 무기를 만들고는 실험을 하면서, 위 3개 부락의 전유물이던 광선탄을 우리도 보유하게 되었다고 지구촌에 천명하는 깜짝 쇼를 펼쳐보이니 이 때부터 온 지구촌에는 사단이 난 것이었다.
양아치가 만든 광선탄은 아직까지는 신뢰가 안 가고 더욱이 광선탄을 저 멀리 카우보이 동네까지 발사하려면 발사체가 필요한데, 이 양아치가 하는 발언이나 실험 내용을 분석해보니 거의 성공 직전인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간 카우보이는 야쿠자 마을과 한반도 아랫 동네를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하여 자기들 보안관 대리들을 두 동네에 주둔시켜서 양야치가 속한 진영의 도발에 대비한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팀 추월 경기에서 처럼 카우보이는 늘 앞장 서서 아랫 동네와 야쿠자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고 때론 두 동네가 힘이 달릴 때는 뒤어서 밀어주는 등 맡형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지구촌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카우보이네 동네까지 양아치의 광선탄을 날려보낼 수 있는 발사체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카우보이는, 아랫동네 촌장에게 당신 동생 양아치가 보유한 광선탄을 제거하려면, 평소에 야쿠자와 아랫 동네와 우리 카우보이 3개 마을이 합동 군사훈련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지만 그 때마다 아랫 동네에 얼마 전에 선출된 촌장과 일부 주민들은, 야쿠자와는 상종하기 싫다면서 번번이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야쿠자는 빼고 우리 두 동네끼리만 매년 2월 중에 정례적으로 실시해왔던 양아치 도발에 대비한 방어훈련을 올 해도 예정대로 실시하자고 제안을 했다.
아랫 동네 촌장은 북촌 마을의 양아치 동생 짓이 밉지만 혈육이니 동생을 제압하는 군사 훈련을 하고 싶은 의욕이 나지 않았다. 아랫 동네 촌장은 카우보이 대형에게, 2월 달에 우리 마을에서 겨울철 큰 잔치를 주관하여 열기로 하고 온 지구촌 마을에 초청장을 보내놨는데 북촌 마을 양아치 동생 식구들도 어르고 달래서 잔치에 초대함으로써 차려놓은 잔치상을 망나니 동생이 엎어버리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군사훈련으로 동생네를 자극하면 안 되니 군사훈련은 잔치가 끝나고 귀빈들이 돌아간 후인 꽃망울이 올라오는 춘사월에 실시하자고 하여 양해를 구했다. 아랫 동네 촌장은, 군사 훈련의 연기를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염치 없는 일인데, 북녁 식구들을 초대하려면 동생네 가족 중에 지명수배 범죄자나 그들을 남녁 동네까지 실어나를 운송수단에 대한 제재를 비롯하여 광선탄을 몰래 만든 죄로 윗동네 양아치 부락에 부과됐던 각종 징벌조치를 잠정적으로 풀어주고 그들의 오고 갈 때 필요한 거마비도 줘야 하니 양아치 식솔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하는 규제도 예외적으로 풒어달라고 카우보이 대형에게 양해를 구했다. 카우보이는 아랫 동네 촌장이 하는 짓마다 양아치 동생에 그 형이라고 눈에 거슬렸지만 대형답게 너그럽게 양해를 해줬다.
막상 아랫 동네에 잔치가 시작되자 축하하기 위하여 야쿠자 동네에서는 축하사절로 오야붕이 몸소 참석하고 카우보이 동네에서도 연방 차석 보안관을 보냈다. 연방 보안관이 한반도 아랫 동네에 도착하고 보니 양아치 동네에서도 두목의 여동생과 양아치 고문등은 물론이고 불청객까지 떼거지로 몰려온 것이었다. 북녁 양아치 동생네는 수십여 명 잔치를 빛내줄 하객들만 초청하려고 했는데, 꼭 참석해야 할 수십 명의 하객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수백 명의 불청객들까지 악사(樂士)니 응원단이니, 심지어 혹시라도 굶주린 양아치 식구들이 부잣집 동네에 내려왔으니 잔치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랫 동네에 눌러 살겠다고 이탈자가 나올까 봐서 이를 감시할 겸 아랫동네를 정탐하도록 밀명을 받은 보위부 특무들까지도 하객에 끼워넣어서 내려 보냈으니 한 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상한 방문단이 되었다.
왜 이리 하객을 많이 보냈느냐고 물으니 원래 소문난 잔치에는 사람이 들끓어야 그 집안에 복이 달아나지 않는 법이라면서 양아치 왕초께서 형님 잔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니 대신 축하드리고 촌장 형님을 양아치 북촌으로 정중히 초청하고자 하니 방문해달라는 초청장까지 들려 보낸 것이었다. 카우보이 대형을 대신해서 잔치에 참석한 연방 차석보안관에게는 형식적인 예의만 표명하여 사실상 박대를 한 반면에, 양아치 동네 하객들은 들러리로 온 주제에 축의금은 고사하고 장기간의 체류기간 동안 숙식비도 안 갖고 달랑 빈 몸으로 내려왔서 별로 넉넉할 것도 없는 남녁 형 가족들에게 부담을 줬다. 원체 궁상맞을 정도로 가난하여 빈손으로 왔으니 기가 죽을 만도 한데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마치 자기들이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거만을 떠니 아랫 동네 사람들은 촌장에서부터 그를 보좌하는 관리들까지 북촌에서 온 망나니 사절들에게 굽신거리고 아부를 떠는 모습을 눈꼴이 시어서 차마 봐줄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 주객이 전도됐다는 표현이 딱 맞아 보인다.
양아치 동생놈은 광선탄의 운반수단이 완성되면 오줌을 싸는 한이 있더라도 불장난을 언젠가 반드시 저지르고도 남을 놈인데 아랫동네 촌장이란 사람은 이념이 같고 앞으로도 생사고락을 함께 해야 할 대형인 카우보이와 야쿠자와 힘을 합쳐서 양아치 동생의 광선탄을 제거하는데 협력하고 손버릇이 나쁜 동생이 불장난을 계속한다면 카우보이가 주도하는 군사작전에 솔선 참여하여 가슴이야 쓰리더라도 양아치 동생의 손목을 부러뜨려야 하는 데, 동생을 해치는 군사작전은 절대로 아니 된다면서 공개적으로 군사작전의 반대를 천명했다.
아랫 동네 촌장은, 양아치 동생이 청한 양아치 동네 방문 초청에 응하여 동생과 만나서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순진한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대화로 풀릴 문제가 아님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카우보이나 야쿠자 측에서는 이들이 쓸데 없는 뒷거래를 하면서 광선탄의 운반수단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막바지 시간을 벌도록 놔둘 수는 없다면서 조만간 뭔가를 도모하려고 벼르고 있다. 아랫동네 촌장이란 사람은 대형(大兄)의 경고와 야쿠자 친구의 따가운 눈총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아치 동생 진영에 굽신거리고 더욱이 붉은 팬더에게 호의를 보이는 등 적과 동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양다리를 걸치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카우보이 대형은, 은혜를 모르고 배은망덕한 한반도 남쪽 동네 촌장과 보좌진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처신에 분개하는 가운데 잔치가 끝나고 손님들이 가고 나면 지체없이 시행하기로 한 4월 연례 군사훈련에 대하여 남촌 마을의 병부실장이란 사람이 4월에 실시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은 뭐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기존의 약속을 뒤집을 수도 있는 기미를 내비치자 더 이상은 수수방관해서는 아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아랫 동네 살림에 타격을 줘서 정신을 차리도록 경고를 할 필요를 있음을 절감한 것일까? 카우보이 대형은, 촛불 덕택에 선출된 아랫 동네 촌장이 대형인 자신들에게 제멋대로 처신을 해도 넓은 아량으로 받아줬던 전례를 악용하여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인지 몰라도 신경을 거스르는 태클을 수차례 반복한 아랫 동네 지도층의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화가 난 대형은 아랫 동네에 대하여 경제적 징벌을 가하여 자동차 공장을 철수시키고 수출품에 무거운 관세의 부과에 착수했고 남촌 마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각종 요구 사항을 동시 다발로 터뜨리고 있는 중이다. 아랫 동네 촌장과 보좌진들은 카우보이 대형이 가하는 보복 이유를 내심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이유를 주민들에게 사실대로 밝히면 온 마을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인지 몰라도 주민들에게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짐짓 카우보이 대형의 부과하는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한편, 양아치가 보유하고 있는 광선탄 제거 문제와 경제 문제는 별개라면서 대형이 계속 그렇게 나오면 우리도 국제 기구에 재판을 걸어서라도 바로 잡겠다고 호기롭게 나오고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피를 나놨지만 형을 죽이려는 양아치 혈육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망나니가 광선탄으로 아랫 동네를 불바다로 만들지 못하도록 지켜주겠다는 의형제 사이에서 아랫 동네 촌장은 양아치 동생의 보호를 우선시하고 천박한 동생의 후견인 격인 붉은 팬더와 친해지고 카우보이가 자신들을 도와준 것은 진정 아랫 동네를 위해서라기보다 카우보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란 인식으로 카우보이에 대하여 내심 적개심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팀 추월 경기에서 보여준 여자 선수들간의 갈등에 의한 분열이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아랫 동네와 카우보이, 그리고 야쿠자간의 삼각 동맹의 분열상과 유사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제 양아치 동생네가 만드는 광선탄을 카우보이 동네까지 투발할 수 있는 운반수단의 완성이 코 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카우보이 대형은 양아치 일당이 재기 불능하도록 뭔가 치명타 한 방을 날리려고 벼르고 있다. 아랫 동네 촌장의 치기어린 반발과 이중적인 작태로 카우보이 대형의 눈밖에 난 남촌 마을은 카우보이 대형이 북촌 양아치 일당에 대하여 일방적인 폭격을 가하게 될 경우 남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친구간에 우정만 과신하고 이를 이용해 먹으려고 의리를 지키지 않으며 고난이나 위험을 함께 짊어지려고 하지 않으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촌장이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국익에 반하거나 구성원을 위태롭게 만드는 배신행위를 하려고 한다면 방관하는 것은 죄악이다. 기회주의자는 배신자보다 더 나쁘다. 간악한 무리의 선동에 속아서 광우병 소동같은 것에 촛불을 들 것이 아니라 촌장이 주민들의 안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반역행위를 저지르려고 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서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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